행호관어 杏湖觀漁 │ 정선 鄭敾 │1741년경 │ 간송미술관
행주산성, 방화대교

2015. 12.

 

서울을 지나온 한강은 그 하류로 접어들며 강폭이 더욱 넓어지는데 창릉천과 한강이 만나는 길목이자 행주산성을 이고 있는 한강 북단 덕양산 일대 한강을 마치 호수같다 하여 예로부터 행호(杏湖)라 하였다. 조선 후기 영조 임금대에 활동했던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謙齋) 정선(鄭敾)은 나이 여든 넷이던 1740년에 덕양산을 마주보고 있는 한강 남단 오늘날 강서구 일대 양천현(陽川縣)의 현령(縣令)으로 재직하며 한강 하류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산수화를 여러 점 그려 모두 열 아홉 점의 작품을 담은 경교명승첩(京校名勝帖)이라는 화첩을 남겼다. 이 화첩 중 한 작품이 행호의 고기잡이 배를 담은 「행호관어」(杏湖觀漁)라는 작품이다. 「행호관어」는 오늘날 강서구 가양동의 궁산(宮山)에서 행호 쪽을 바라본 풍경을 담은 작품으로 덕양산 일대 뿐 아니라 원경으로 고양 일산 쪽 먼 산을 담고 있다. 화폭 오른편 상단에는 그 산세의 윤곽으로 보아 북한산임에 틀림없는 봉우리들을 담았는데 궁산에서 보아 사람 시야 각도로는 한번에 덕양산과 북한산 봉우리들을 담을 수 없음에도 이 풍경을 하나에 담은 연유는 풍경화의 시점이 하나에 고착되어 있지 않고 다 시점을 담는 우리 전통 산수화의 전례를 「행호관어」라는 작품이 따랐기 때문일 것이다. 정선이 그린 「행호관어」를 보고 정선의 요즘말로 절친이며 당대 유명 시인이었던 이병연(李秉淵)은 다음과 같은 화제시를 남겼다고 한다.

 

늦봄에는 북어국 초여름에는 웅어회 복사꽃 가득 떠내려오면 어망을 행호 밖에서 잃겠구나

 

그 시대 한강 하구에서는 웅어가 많이 잡혔다고 하며 웅어회는 계절의 별미로 임금님 진상품이었다고 한다. 복사꽃이 만발하여 떨어진 꽃잎이 강물을 따라 떠내려오는 계절에 그물이 찟어질 정도로 웅어가 많이 잡힌다는 은유이리라. 좋은 계절과 풍요로운 수확, 아름다운 풍경이 함께하는 보는 이의 마음을 넉넉하고 유쾌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오늘날 궁산근린공원 전망대에서 행호의 풍경을 담은 못찍은 사진 한장과 함께 푸근한 마음으로 올리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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