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수능선 신랑각시바위
Seoksu Neungseon ridge of Gwanaksan mt., Seoul
2020. 9.
옛날 이 산의 아랫마을에 믿음직한 총각과 어여쁜 낭자가 한 마을에 살면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양가 집안이 대대로 앙숙으로 지내온 터라 부모들은 관계를 반대하면서 다른 사람과 혼인을 시키려 했다. 낭자는 부모님의 심한 반대를 못 이기고 깊은 밤을 틈타 집을 뛰쳐나와 산에 올라 목숨을 끊으려 했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총각은 사랑하는 낭자를 찾으려 칠흑같이 어두운 산을 헤맨다. 그러던 중 산 중턱 절벽 위에 홀로 서서 세상을 하직하겠노라 마지막 기도를 올리는 낭자를 발견한다. 나뭇잎은 스산한 바람에 흔들거리고, 달빛은 그제야 휘황찬란하게 비치는 절벽, 그 앞에서 만난 이들은 손을 맞잡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서로 닦아주며 달님에게 세상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맹세의 기도를 올리며 밤을 지새운다. 절절하고 애절한 이 연인의 사연은 마침내 달님에게 전달되었다. 달님은 진실된 이들의 사랑에 감동받아 영원히 함께할 수 있도록 그 자리에 마주보며 우뚝 선 바위로 만들어 주었다. 이후, 산 아랫마을 선남선녀들이 이곳을 찾아 손을 맞잡고 사랑을 고백하면 혼인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결혼을 해 이곳을 찾아 기도를 드리면 옥동자를 점지해 주었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해로하는 행복한 가정을 성원해 주었다는 사랑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약한 감기 기운이 있어서 오늘 토요일에는 가볍게 움직이자고 다짐하며 가까운 산행을 나섰다. 가볍게 나선 산행이었는데 산길 8km를 걸었더니 몸이 천근만근이라 한동안 산 쪽으로는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산행 중 신랑각시바위 안내문을 읽자니 구청 공무원의 작문 실력에 감탄과 함께 웃음을 참을 수 없었고 산 정상에서 맞는 소슬한 가을바람에 마음까지 청량해지는 기분이었다.
산길 따라 걷는 동안 전에 눈에 들지 않던 ‘이름 모를’ 또는 ‘이름 없는’이 아니라 이름 같은 것은 몰라도 좋고 없어도 좋을 들풀 한 포기, 들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 숨을 고를 겸 폰카에 담았다. 사는 게 답 있냐 싶기도 하고 남들 다 아는 답 나만 못 찾고 있는 게 아니냐 싶기도 하다. 대책 없이 이렇게 또 덜컥 가을이 찾아 들었다.
석수능선 신랑각시바위
2020. 9.
BGM: Chopin Nocturne, Op. 9, No. 2, Benjamin Lash, Cello / Matthew Hagle, Pi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