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출판단지

2013. 11.

 

일요일 자전거 타고 파주 출판단지에 다녀왔다. 북서풍이 매섭게 불어 평소 자전거 타기보다 갑절은 힘들었고 초겨울 추위 탓인지 출판단지에는 인적이 끊어져 적막하기까지 했다. 자전거를 돌릴까 고민하다 단지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니 한옥 한 채가 교차로 곁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람 기척 없는 텅 빈 한옥에 자전거를 받쳐 놓으니 풍경이 꽤 그럴 싸 했다. 툇마루에 걸 터 앉아 막걸리 한 통 받아 걸치면 자전거 탄 신선이 따로 없겠거니 싶었다.

출판단지 안에 멋진 한옥이 어찌 들어섰는지 연유가 궁금해 이리저리 검색해보니 원래 전라북도 정읍에 있던 유서 깊은 고가의 사랑채였던 것을 어느 안목 있는 분이 파주로 옮겨 놓았다고 한다. 조선 후기 한옥의 정갈함을 대표하는 건물로 불러 손색없다 싶었다. 다만, 마당에 나름 조경이라 얹어 놓은 큼지막한 돌덩이들이 보기 불편했다. 정읍에 있던 한옥 사랑채를 파주 출판단지에 옮겨 놓은 것도 그 한옥 마당에 어색하게 돌덩이들을 놓은 것도 다 안목 탓이다.

파주에서 서울 집으로 돌아가는 길 행주대교 위에서 초겨울 해가 강물 위에 붉은 잔영을 남기고 떨어지는 것을 봤다. 다음 라이딩 나설 때는 좀 더 껴입어야지 했다. 세월도 수상하고 내 주변은 어지러운데 모진 겨울 칼바람 앞에 자전거를 끌고 나서는 이유는 자전거 안장 위에 꿈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멋진 한옥 앞에 좋아하는 자전거 받쳐 놓고 구들장 짱짱하게 군불 땐 한옥 황토방 안에서 군고구마 까먹는 꿈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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