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2019. 9.
이상 조짐을 보이던 어금니가 본격적으로 아파서 지난 주 월요일 치과에 갔더니 예상했던 대로 왜 이제야 오셨냐, 온 치아를 다 들어내야겠다는 식의 겁박에 가까운 호들갑만 잔뜩 들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 치아의 사용 연한이 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가급적 때워 쓰고 안되면 뽑고 가능하면 뽑은 자리에 인공 구조물을 심을 수 밖에 없는 것도 당연한 수순인데 환자 입장에서 어떤 방법이 가장 합리적 방안인가 조언하는 치과는 별로 보지 못했다. 대부분 의료보험도 안 되는 치과 처방을 두고 치과 의사들과 그 종업원들이 하는 일이란 게 최악의 결과를 걸고 선택 가능한 방안들만 잔뜩 나열하고서 결정은 환자에게 맡겨 버리는 것뿐이다. 내가 결정할 밖에, 환자인 내 스스로 방사선 영상을 보기에도 결국 탈을 일으키고만 소위 매복 사랑니와 그 때문에 끝내 내구 수명을 다하고 만 어금니를 빼내고 그 자리에 임플란트를 박기로 했다.
무모한 건지 무식한 건지 치과에 간 당일 더럭 사랑니와 어금니를 발치한 후 임플란트를 박기 위해 발치한 자리에 치과 놈들 말로는 뼈 이식 내가 보기에는 인공보형물 처지를 했는데 그로부터 지난 나흘간 느낀 통증을 여기에 달리 적어 놓는 것도 객쩍은 일이고 병원에서 격한 운동을 삼가라 하기에 토요일에는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오늘 일요일, 비행기가 폰카에 잡히는 가을 날 한강으로 자전거 몰고 나갔다. 혹부리 영감처럼 부어 올랐던 뺨과 턱은 어제까지의 안정 덕분인지 많이 가라 앉았다. 주중에 입이 잘 벌려지지 않아 토끼 풀 뜯듯 죽과 우유, 얇게 썬 사과와 포도로 끼니를 이었더니 머리 속에는 온통 먹고 싶은 음식 생각만 가득 차 있다. 다가 오는 주중에는 그 음식들 하나 하나 맛 보았으면 좋겠고 그 사이 서초동에서 타오른 촛불이 이 나라를 환하게 밝히는 들불로 피어 올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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