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마들렌
L'église de la Madeleine, Paris
2013. 4.
파리 콩코르드광장에 선 감개무량함에 광장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걸어봤는데 광장의 저쪽 끝 그러니까 센강 기준으로 우측 끝에서 보니 광장과 연결된 길 끝에 마치 파르테논 신전을 닮은 고대 그리스 로마 양식의 석조건물이 보여 저게 뭘까 잠시 궁금했다. 하지만 다음 계획한 행선이 바쁘니 관심 접기로 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퐁피두센터 구경을 마치고 우리 가족은 다음 행선지 이동을 위해 파리 시내버스를 이용했다.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파리의 풍경 그리고 파리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섞여 이루는 파리의 일상의 모습들을 구경할 수 있어 즐거웠다. 그러다 버스가 어느 모퉁이를 돌자 버스차창 밖에 갑자기 콩코르드광장에서 맛보기만 봤던 그 석조 건물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며 눈앞에 나타났다. 버스는 건물 바로 옆을 스치듯 달렸는데 열주가 이고 있는 거대한 삼각지붕이 드러난 건물 규모에 아이쿠야 소리가 절로 나서 확실히 뭐든 통큰 파리에 있음을 실감하며 건물을 지나치자마자 파리관광 안내지도를 펼쳤더니 레글리즈 드 라 마들렌(L'eglise de la Madeleine), 영어로 마들렌성당(The church of Madeleine)이라고 병기해놓았다. 그 모양이 참 웅장하고 멋지기는 하나 생뚱맞게 웬 성당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1806년 나폴레옹은 "위대한 프랑스 군대의 영광에 바치는 신전"을 지어 콩코르드 광장 북쪽에 기념비적인 풍경을 만들도록 명령했다. 내 생각이기는 하나 그 직전 이탈리아와 근동, 이집트 군사 원정을 통해 그곳 유적들을 구경하고 또 약탈하며 기고만장했던 나폴레옹이 자신의 위업을 과시하기 위해 파리 시내에 파르테논 신전 버금가는 건물을 지어올리고 싶다는 욕심을 부렸을 것이다. 피라미드 앞 스핑크스의 코가 나폴레옹 군대가 쏜 대포 때문에 뭉개져 버렸다는 속설마저 있으니 오죽했을까. 그런데 이 신전을 지어 올리고 보니 나폴레옹 자신의 군사적 위업을 과시하는 건축물로는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개선문이 훨씬 활용가치가 높았을 뿐더러 나폴레옹의 세상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여 이 웅장한 코린트식 열주를 가진 신고전주의 양식 건물은 어정쩡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마침 나폴레옹의 실각 후 재수로 왕위에 등극한 루이18세는 뭉개버리자니 아깝고 그대로 두자니 눈엣가시 같았을 나폴레옹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이 건물을 성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바치는 성당으로 축성토록 했을 뿐 아니라 성당으로서 그 내 외부 장식 또한 호화롭게 치장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라 한다. 성당 흉내를 내기 위해 삼각 지붕 전면에 양각으로 박은 장면은 그리스도 최후의 만찬 장면이라 하고 건물 자체는 웅장하고 멋진 건물임에 틀림없으나 그것이 파리 시내 한 가운데 놓이다보니 이웃한 건물들과 따로 노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애초 군사 업적을 기릴 기념물로 만든 건물에 성당이 들어서고 말았으니 볼수록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 일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