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서퍽 펠릭스토우
Old Felixstowe, Suffolk, UK
SEP 2011 HWP
한때 멋진 사진을 찍어 보겠다고 없는 살림에 DSLR이며 대포만한 장망원 렌즈를 마련하여 어깨에 메고 거들먹거리며 - 실은 낑낑대며 - 돌아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 옛 성현들은 얼마나 훌륭한 명언들을 남기셨는가, 고수가 연장 탓하는 법 아니라는 지혜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던 순간 DSLR과 장망원 렌즈는 집안 장식품으로 전락하고 말았고 내 수준에는 갤럭시 폰카만한 게 없다고 자조하며 그저 폰카로 못 찍는 사진을 찍으며 만족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영국에서 담아온 이 못 찍은 사진들을 보면 세상 모든 물건에는 그 나름 쓰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못 찍은 사진이지만 장망원 렌즈가 없었다면 이런 사진은 얻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은 듀얼 렌즈라 해서 렌즈 두개의 시차(視差)를 이용해서 이런 종류의 사진을 얻을 수 있는 신형 폰카가 있다는 소문은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 잡문은 어서 폰카 기변하라는 내 마음 속의 뽐뿌질 때문에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다. 스스로 고수를 자처한 바 없으니 연장 탓해도 괜찮지 않겠는가?
Paul McCartney & Wings
Mull of Kinty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