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롤터 해협(Strait of Gibraltar)은 유럽 이베리아 반도 최남단 스페인과 북아프리카 모로코 사이의 좁은 해협으로 1869년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지중해와 대양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이 지브롤터 해협을 통하여 북아프리카로부터 이슬람 세력이 유럽 쪽으로 그 세를 확장하여 오랫동안 스페인을 점령하였고 이른바 레콩키스타(Reconquista)라 불리는 스페인 왕조의 실지 회복 전쟁의 결과 15세기 이슬람 세력이 다시 북아프리카로 물러난 것도 지브롤터 해협을 통해서였다. 유명한 알암브라의 궁전(Palacio de La Alhambra)이 스페인 땅의 마지막 이슬람 세력의 궁전이었고 이 궁전이 들어선 스페인 그라나다(Granada)는 지브롤터 해협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지브롤터 해협의 북쪽 스페인 땅에 면한 도시가 지브롤터(Gibraltar)이다. 예로부터 이 지브롤터를 차지하면 지중해 여러 나라가 대양으로 나가는 통로를 틀어 막고 있는 격이고 반대로 대양 세력이 지중해로 진입하려는 통로를 틀어 막고 있는 격이라 지브롤터는 중세와 근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의 세력 판도에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고,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지브롤터 조감 사진

그런데 오늘 외신보도를 통해 최근 홍콩이 돌아가는 사정을 읽고 문득 영국에서 일할 때 이 지브롤터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체감하는 진귀한 경험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 몇 자 잡문을 남기려 한다. 당시 사무실의 영국인 직장 동료가 연말에 휴가를 내었기로 - 보통 12월 중순 즈음부터 이듬해 첫 주까지 영국 온 나라가 거의 일손을 놓고 있다시피 했다. - 가벼운 대화 거리로 영국인 동료에게 년말 연휴에 무엇을 할 계획이냐 물었더니 지브롤터로 여행갈 계획이라고 했다. 미저러블(miserable)이라는 영어 단어 외에 달리 적당한 표현 방법을 찾지 못하는 영국의 눅눅하고 줄창 비 내리고 추운 겨울 동안 지중해 최남단 지부롤터로 휴가 여행을 떠난다니 과연 그럴만하다 싶었다. 정확히 기억 나지는 않지만 당시 그 직원의 이야기는 이러했을 것이다. 지브롤터의 물가가 매우 싸고 특히 본인이 좋아하는 고품질의 시거 담배를 아주 싼 가격에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지부롤터는 영국 땅이라 영어가 완벽하게 통하기에 불편함이 전혀 없다는 것 등등을 자랑 삼아 장황하게 내게 늘어놓았던 것이다. 아니, 지브롤터가 영국 땅이라고? 아무리 당신들 영국이 한 때 대단한 나라였기로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 그 땅을 스페인에게 돌려주지 않고 있냐 내가 반문했더니 그때 영국 동료 직원의 대답이 이랬다. 오늘날 지브롤터에 약 3만명 주민이 살고 있는 이들에게 투표로 영국인으로 계속 남을 것인지, 스페인 사람이 될 것인지 물었더니 거의 대부분의 주민이 영국인으로 남겠다고 투표했다 하며, 그곳 주민들이 영국인으로 남겠다는데 영국 정부가 어찌 무책임하게 그 땅을 스페인에게 반환할 수 있겠냐고 오히려 내게 반문했던 것이다.

 

2013년 국경일을 축하하는 지브롤터 시민들

그제야 위키사전을 통해 알아보았더니 지브롤터는 15세기에 스페인이 아랍계 그라나다 왕국으로부터 영토를 되찾은 후, 스페인의 국력이 약해진 틈을 타 영국과 네덜란드 연합군이 편을 먹고 스페인 내정에 간여하기 위해 참전한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의 결과 1713년 영국의 수중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물론 이후 스페인은 지부롤터를 되찾기 위해 군사적으로 또 외교적으로 계속 영국에게 압력을 행사해왔고 최근까지도 그 영유권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간에 이미 3백년 이상 지부롤터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영국계 주민들이 어느 날 더럭 스페인 국왕께 귀의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할 리 만무하고 또 그 핑계를 바탕으로 지브롤터를 차지하고 있는 영국이 아나, 하며 지브롤터의 영유권을 스페인에 넘길 리도 만무할 것 같다. 많은 홍콩 거주민들에게는 아쉽게도 지브롤터와는 달리 홍콩의 경우 조차(租借)라는 방식으로 당시 중국 청나라 정부가 영국 정부에게 100년간 빌려준 땅이라 홍콩 거주민의 의사를 핑계로 영국 정부가 중국에게 홍콩의 반환을 거부할 명분도 없었을 뿐더러 중국의 위세에 감히 영국이 무대뽀로 이를 거부할 수도 없었기에 1997년 홍콩은 중국에게 반환되었다. 다만, 반환 당시 홍콩의 체제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중국 정부가 어겼다고 홍콩 거주민들이 믿고 있기에 오늘날 그 저항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한다. 국가간의 약속도 중요하고 현실적으로 거기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의사도 중요할 것이다. 양측이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 조속히 홍콩의 평화를 되찾기를 바란다.

 

지브롤터 파노라마 사진, 왼쪽 위가 북아프라카 모로코, 가운데가 스페인 알헤시라스항, 오른쪽이 지부롤터

 

이미지 출처

구글어스, 영문 위키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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