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링링은 판문점공동경비구역 JSA에도 피해를 남겨 군사정전위원회 건물의 지붕이 거센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이에 관할 유엔군사령부의 승인 아래 남한과 북한의 국인들은 협의를 거쳐 공동으로 이 지붕을 수리했다고 한다. 북한 쪽 군인들 10여 명이 남쪽 관할 구역과 북쪽 관할 구역을 오가며 우리 군인들과 함께 이 건물을 수리하는 장면이 유엔군사령부의 트위터에 올랐고 이 사진들을 소수의 우리 언론이 기사로 다루었다. 저 JSA는 2017년 11월 북한 병사 오청성이 술을 잔뜩 먹고 그들 군용차량을 몰아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자리고 이때 북쪽 군인들은 오청성의 귀순을 막겠다고 남쪽을 향해 소총 사격을 한 곳이며, 우리 군인들이 귀순한 오청성을 살리기 위해 기어서 오청성을 남쪽으로 끌어낸 자리이다.

그로부터 2년 뒤 남쪽과 북쪽의 병사들은 태풍에 뜯겨나간 군사정전위원회 건물 지붕을 함께 수리했다. 1976년 818 도끼 만행이 일어난 자리, 2017년 북한 군인 오청성이 총상을 입어 피를 철철 흘리며 귀순한 자리에서 2019년 남북 군인들이 같이 태풍에 부숴진 건물 지붕을 수리했다는 기사에 그 많은 "좋아요"는, 그 흔한 댓글은 다 어디 갔는가? 좋아요 하나 없는 기사 아닌 기사에 등산로에 이름 모를 누군가들이 켜켜이 쌓아 올린 소박한 공든탑에 작은 돌 하나 얹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부끄럽게 좋아요 한 방 눌렀다. 위태위태하다, 예전처럼 사람이 죽어 나가고 다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 같다. 어차피 안되는 길이라고, 되는 것처럼 보이는 쪽에 걸으라고, 그 말에 때로 솔깃하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이제와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길 아닌가? 나는 되돌아 가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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