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법(法)과의 인연은 대학 1학년때 - 아마도 - 교양필수로 배웠던 법학개론이 전부였다. 당시 법학개론을 배울 때 법 공부란 것이 재미있네 정도는 생각했던 것으로 기억하나 그것으로 호구지책을 삼겠다 거나, 삼을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조차도 전혀 생각에 없었다. 난 법 없이도 살 사람, 아니 법 같은 것에 기대 무언가를 할 수 있으리라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직장 생활 말년에 내가 법조계의 언저리에 빌붙어 밥벌이를 할 지 어찌 알았으랴. 사람 인생유전이라는 것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오늘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국회인사청문회가 결국 파토가 나 버렸고 저녁 식사를 하는 중에 TV 화면에는 조국 후보자가 답답한 마음에 열었다는 셀프 청문회격인 기자간담회가 방송되고 있었다. 야당이 제기하고 기자들이 퍼 나른 조국 후보자에 얽힌 그 숱한 의혹들과 그 의혹에 대한 반박 내용은 이제 지겹다 싶은 생각마저 들어서 잠시 핸드폰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는데 한 기사를 보니 조국의 모교이자, 지금은 휴직 중인 직장, 서울대 학생의 입을 빌어, 의혹을 해명하는 증거는 하나도 없고 부인만 하더라는 내용을 전하고 있었다. 서울대 학생이라는 자도 그렇고, 그 입을 빌어 기사랍시고 내놓은 기레기조차 과분한 자도 그렇고, 가관이라는 말 이외 달리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법알못인 내가 알기로, ‘거증(擧證) 책임은 주장하는 자(者)에게 있다’는 법의 기초 상식에 속하는 말이 있다. 즉, 조국의 의혹을 뒷받침 할 증거를 낼 책임은 의혹을 주장하는 자들에게 있는 것이지 조국에게 있지 아니하다는 말이다. 내가 모르는 일을, 내가 하지 않은 일을 어찌 입증하라는 말인가? 그제야 생각하니 지금껏 알려진, 이 나라 사법기관이 법의 이름으로, 법을 어겨가며 자행한 수많은 억울한 사건들이 모두 내가 모르는 일, 내가 하지 않은 일을 법을 어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이 입증하라 강요하고 겁박하여 생겼던 일이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할 계획이라 하여 그러려니 하였다가, 온갖 의혹이 봇물처럼 언론을 통해 퍼지자 적격자가 아닌가 하였다가, 일이 오늘 이 지경에 이르니 조국이라는 사람을 꼭 법무부 장관에 임명해야 한다는 신념 같은 것이 생긴다. 의혹은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해야 하는 당연한 이치, 바로 그 지점에 조국이 법 질서가 바로서야 하는 나라, 이 나라의 법무부 장관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살벌한 증오의 언어가 판을 치는 오늘, 법 질서가 올바르게 서는 나라를 위해 거의 보는 이 없는 블로그에 소심하게 남겨보는 잡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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