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은 흔히 접하는 낱말로 핵심에 이르지 못하고 겉돈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앤티크 수집 미학』이라는 책을 읽다가 변죽이 작은 밥상 즉, 소반(小盤)의 가장자리를 뜻하는 낱말임을 처음 알았다. 사전 검색을 해보았더니 그릇이나 세간, 과녁 따위의 가장자리라고 뜻 풀이가 되어 있었다. 뜻을 정확히 모르고 혹은 대충 지레짐작하고 내가 쓰는 낱말이 얼마나 많을까? 『앤티크 수집 미학』은 저자가 수집한 토기, 자기, 옹기, 석물, 나무 가구 등 우리 옛 민예품에 얽힌 이야기를 푼 책인데 책 속에 소개된 것들에 대하여 별 관심이 없어서 또 충동 구매했나, 그래도 산 책이라 아까워서 대충 읽자 했는데 의외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에 소반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어머니가 소반 위에 힘겹게 차려 낸 밥상을 아버지가 냅다 걷어 차버린 적이 있다는 아픈 기억을 불러냈다. 나도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 가족만, 나만 험한 세월을 건너온 것은 아니리라. 수집이라는 것이 물건에 대한 애착일 텐데 거기에 붙들고 싶은 혹은 떨칠래야 떨칠 수 없는 옛 기억이 결부되어 있기에 다만 물건 수집일 뿐 아니라 책으로 풀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저자는 심미적 관점에서 자신의 수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토기나 목기 등에 대한 완상 부분은 내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영역 너머의 주제이나 책은 재미있게 읽고 있으니 이제야 그 뜻을 정확하게 알게된 낱말, 좋은 책 읽고 변죽만 울리고 있는 일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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