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들 찍는 사진 나도 찍는다고, 다들 쓰는 잡문 나도 써서 올린다고 작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작가의 뜻을 사전에서 풀어보니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예술품은 보이지 않고 작가만 남은 짝이니 이러다 작가라는 호칭이 선생이라는 호칭 비슷해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혼탁해도 진짜배기는 따로 있는 법, 유시민의 이전 저작을 더러 읽었는데 이 분을 학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으로 보기도 어렵고 그럼에도 이 시대에 작가라는 호칭이 딱 어울리는 사람으로 유시민 만한 사람이 더 있을까 싶다.
방송 출연을 통해 유시민이 스스로 자신의 신간 『유럽 도시 기행』 1편을 소개하는 멘트를 듣고 바로 책을 주문해 받아 봤다. 방송 출연료는 책 광고로 퉁 쳤을까? 1편이 소개하는 유럽 도시는 그리스 아테네, 이탈리아 로마, 터키 이스탄불 그리고 프랑스 파리였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터키 이스탄불까지 읽었다. 여기에 책의 내용 일부를 소개하는 것은 번거롭고 의미 없는 일이겠다. 다만 유시민 표 현학(衒學)의 재미가 책 행간에 잔뜩 녹아 있었고 그 재미진 놀이에 나도 꼽사리를 낀 기분이라 책 읽으며 즐겁다.
『유럽 도시 기행』 을 읽으며 방송이나 전하는 뉴스를 통해 접하여 내 머리 속에 굳어진 장점이든 단점이든 유시민의 이미지와 일치하는 대목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겠다. 그리스가 약탈당한 문화재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그 약탈된 문화재가 "대영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표현하고 있어서 이 역시 이 분의 어쩔 수 없는 제약, 그러니까 교육 받은 시대를 드러내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British Museum"은 대영박물관이 아니라 영국박물관이겠고 영국박물관을 대영박물관이라 번역하여 사용한 것은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일본인들이었을 것이다.
오늘 퇴근길에 읽게 될 프랑스 파리 편은 또 얼마나 재미있을지 기대가 크다. 영국 생활 중 그 이웃 나라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무작정 찍어댄 못 찍은 사진들이 내 사진 폴더에 켜켜이 쌓여 있기로 그 중 이 블로그에 소개하지 못한 파리의 장면들 또한 어마 어마 하기로 유시민의 파리 소개가 내 못 찍은 사진들 까먹는 재미로 나를 인도할까 자못 궁금하다. 혹서의 계절에 냉방 짱짱한 지하철 안에서 책 읽으면서 나는 여행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