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아트센터
2016. 2.
인사아트센터에서 임옥상의 작품들을 봤다. 내 동년배라면 누구 작품인지 몰라도 대부분 익숙하게 마련일 그분의 옛 작품 말고도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작품도 있었다. 전시실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크기로 보아 대작인데 36장 아트지 위에 목탄으로 그린 작품을 모자이크식으로 엮은 것이라 품이 많이 든 것 같지는 않았다.
작품을 보고 든 생각이 '이 분 아직도 이렇게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구나.' 였다. 유래는 모르나 한자 뜻으로 보아 작품 제목 중 물(水)이 작품 속 경찰이 쏘는 물 대포는 아닐듯해서 검색해보니 노자(老子) 경전에 나오는 말로 지극히 착한 것은 마치 물과 같다는 의미라 한다. 역시 우리 동년배 또는 그 위쪽 시대에게 나 통할 패러독스다.
임옥상 화백의 2015년 근작 앞에서 변함없는 그분 화풍이 반갑고 반가운 만큼 마음 짠했다. 이 작품 왼쪽에 제목도 기억이 나지 않는, 작품 속 인물로 보아 문익환 목사일듯한 분이 연분홍 두루마기 입고 휴전선 철조망을 가뿐히 뛰어넘는 작품이 있었다. 문익환 목사는 그 참사랑으로 휴전선을 뛰어 넘었는지 모르겠으나 그 분이 가신 뒤 오랜 세월이 흐른 올해도 참 애닯프기 짝이 없는 우리 북녘 동포들은 핵 무기와 미사일을 두고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인사아트센터의 이번 전시 제목은 『리얼리즘의 복권』인데 리얼리즘에 복권이라는 수사를 따로 붙일 필요가 있는가? 내 삶이, 우리 삶이 매일 리얼 버라이어티인데 복권을 하고 말고 할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임옥상의 그림을 보고 오랜 만에 플레이 리스트에 올려보는 우리 세대에게나 통할 좋아하는 옛 노래조차 지난 세월처럼, 변한 세월처럼 짠할 따름이다.
임옥상은 2013년 8월 자신의 연구소에서 피해자인 직원 ㄱ씨를 강제로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로 2023년 6월 기소됐다. 공소시효(10년) 종료를 앞두고 ㄱ씨의 고소로 법정에 서게 된 임씨는 지난달 열린 첫 공판 최후 변론에서 “10년 전 순간의 충동으로 잘못된 판단을 했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혐의를 인정했고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미술연구소 여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임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하 판사는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고, (임씨는)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추행 정도, 범행 후 경과 등을 비춰보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임씨가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2천만원을 공탁한 점 등이 양형에 고려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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