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4월 말 태국 출장 중 점심으로 배달시켜 먹은 이름을 모르는 국수 한 그릇이다. 얇은 인스턴트 면을 미지근한 육수에 말아낸 것으로 어묵을 소로 올리고 칠리 소스를 곁들여 내었다. 나로서는 첫 태국 방문이었으나 좋은 일로 간 출장도 아니었고 그때 마침 치아가 너무 아파 출장 기간 내내 어서 빨리 일정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다. 내 첫 태국 출장은 이름 모를 국수 한 그릇 사진으로만 남았다. 출장이 하도 힘들어 귀국할 때는 태국 쪽을 보고 오줌도 안 눈다 했는데 요즘 저 소박한 국수 한 그릇 사진에 자꾸 눈이 가는 것을 보면 또 태국에 다시 다녀올 모양인가 싶다. 그 정신 없고 치통까지 겪는 와중에도 참 맛있었던 국수였다.
사진은 귀국 항공편 환승을 기다리며 홍콩 첵랍콥공항에서 사먹은 완탕 누들(wang tang and noddle)과 쇠고기 누들(beef and noddle) 두 그릇이다. 태국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즐길 여유가 되지 못해 그래도 해외에 출장이랍시고 나온 마당에 귀국 전 한 끼라도 잘 먹자 싶어 호기롭게 두 그릇이나 시켰는데 과했던지 반 이상 남기고 말았다. 음식에, 우리가 먹는 한 끼에 사람의 깊은 감정이 깃들 수 있다는 생각을 요즘에 자주 한다. 이 두 장의 사진을 볼 때마다 지난 태국 출장 중에 겪었던 내 전후의 사정과 그때의 기분이 늘 오롯하여 잡문으로 남겨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