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순대국
AUG 2019 HWP
가끔 끼니를 때우러 찾아가는 순대국밥집이 있다. 순대국밥이라는 것도 이제는 마치 짜장면처럼 아니 라면처럼 맛이 표준화되어서 어느 집을 찾아가던 무슨 특별한 맛이 있을까 싶지만 이 집은 확실히 특별한 점이 있으니 순대국밥에 딸려 나오는 돼지고기 수육 때문이다. 어느 부위를 어찌 조리하였는지 음알못인 나로서는 알 수 없으나 정말 기름지게, 그럼에도 담백하게 삶아낸 그 집 돼지고기 수육 때문이라도 그 사이 거치게 되는, 표준화되어 프랜차이즈까지 성업 중인 몇몇 순대국밥집을 지나쳐 돼지 삶는 냄새가 쾌쾌하게 풍기는 시장 골목 안쪽 이 집을 꼭 찾아간다. 돼지고기 수육이 뭐 또 특별한 것이 있겠는가 싶지만 이 집은 확실히 특별한 점이 있으니 돼지고기 수육에 딸려 나오는 묵은 갓김치 때문이다. 잘 삶아낸 돼지고기 수육 위에 잘 묵은 갓김치를 얹어 먹는 맛, 더 이상 설명을 덧붙이면 사족이다. 여기에 문자 연(然)하여 서울 장수막걸리 한 병은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되겠다. 다만 수육에 순대국에 밥에, 양이 너무 과해서 아직 이 모든 것을 다 비워낸 적이 없다. 그래서 막걸리, 수육 순서로 클리어 한 다음 순대국과 밥은 매번 반 정도 남길 수 밖에 없어 아쉽다. 국밥집 손님들은 그 차림새로 보아 혹서의 여름에 땀을 바가지로 쏟아내고 든든한 한 끼를 채우러 온 육체 노동자들이 많아 보인다. 그들의 팔뚝은 굵고 볕에 검게 그을려 있다. 이 집 순대국밥 한 그릇은 몸을 움직여 생업을 일구는 사람들의 고봉밥 같은 것이리라. 이 거한 순대국밥 한 그릇이 수육 한 접시 포함 7천원이다. 여기에 서울장수 한 병 얹어 1만원 내고 걸지게 즐기는 순대국밥 한 그릇을 두고 잡문 몇 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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