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것은 소중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우리 맥주가 밍밍하다, 맛이 없다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어인 까닭인가? 그 답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어서 맥주 즐겨 마신다는 사람들에게는 상식에 가깝다. 우선은 우리 맥주 제조사들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값 비싼 맥아(麥芽) 함량을 줄이는 대신 값싼 곡물인 옥수수를 맥주 원료로 잔뜩 쓰고 있다는 신빙성 높은 의심을 받고 있고 그간 세수를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정부의 방조, 묵인 혹은 보호 아래 소수 대기업이 맥주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맥주 제조사들이 품질 개선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 의심은 국산 맥주 가격이 상표 별로 거의 차이가 없이 책정되었다는 보도에 의해 재확인되었다. 가격을 담합- 단합 아님 -하는 행위는 서슬퍼런 이 나라의 현행법 상 엄연히 불법이다. 이 나라 법의 추상같음은 대개 영세사업자들에게만 적용되고 맥주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는 소수의 대기업에게는 전혀 해당 없는 것이 문제일 따름일 것이고. 그러는 사이 수입 맥주의 판매고는 날로 일취월장하여 이 나라 맥주 시장은 수입 맥주의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 한다는 소식을 또 우리는 듣는다. 오늘 서울지방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이 날씨에 신나게 자전거 타고 땀 삐질삐질 흘리며 집에 돌아와서 찬물 팍팍 끼얹으며 샤워를 한 후 히야시 빠짝 든 맥주 한 캔 홀짝이면서 그 맛에 황홀해 하다가 문득 나는 옥수수주가 아니라 보리 맥(麥), 우리 나라에서 만든 품질 좋은 맥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또 간절하여 남기는 몇 마디 잡문이다. 그리고 맥주 애호가를 자처하는 한 사람으로 사람의 입맛은, 우리으 것은 무조건 소중한 것이라는 애국심을 때로 초월하는, 먹는 것이라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과 연결된 있는 것이라서 또 다른 애국심을 발휘해보자면 이러다 장래에 우리 맥주 브랜드가 몰락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게 되지나 않을까 싶은 오지랖 넓은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