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함부르크항 범선 리크머 리크머스호
2017. 2. 14.
Sailing ship Rickmer Rickmers, near Cap San Diego, Hamburg, Germany
지난 2월, 독일 함부르크 출장 중에 거래처 직원분에게 이왕 함부르크로 출장까지 왔으니 함부르크의 엘베 필하모닉 홀(Elbe Philharmonic Hall)을 꼭 구경하라는 추천을 들었다. 함부르크시는 독일 제2의 도시이자 독일에서 산업이 가장 융성한 곳이며 특히 엘베(Elbe)강 수계를 따라 외해인 북해로 이어지는 독일에서 가장 큰 항구 도시인데 그 항만지역에 하펜시티(Hafencity)라 하여 초현대식 계획도시가 한창 건설 중이다.
그 하펜시티의 오래된 부두 창고 부지에 세계에서 가장 크고 최신의 음향기술을 적용한 콘서트 홀이 10년간의 공사 끝에 2017년 1월 엘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공연과 함께 공식 완공행사를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초현대식, 최신, 가장 높은 등등은 독일 아니라도 자주 접하는 말이고 게다가 현대식 계획도시를 굳이 유럽에서, 독일에서 보고 싶은 것도 아니어서 그때는 그런 곳이 있겠거니 하며 거래처 직원분의 추천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말았다. 그 보다는 호텔에서 사무실로 가는 전철 차창 밖에 보이던 함부르크항에 정박 중인 멋진 범선을 사진으로 담아두고 싶어 하루는 전철을 타고 가다 란둥스브뤼켄(Landungsbrucken)역에서 급히 내려 범선 사진을 열심히 찍었는데 먼발치에 다소 특이한 형태의 높은 건물이 보여서 그저 저 건물이 거래처 직원분이 말하던 그 콘서트 홀 건물이겠거니 생각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다섯 달 후 그 건물에서 독일 함부르크 G20 정상회담 축하 연주공연이 열렸다는 것을 뉴스 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고 자랑스럽게도 우리 대통령이 그 자리에 참석하셨다니 그때 그 분의 강추를 귀담아 듣고 함부르크 엘베 필하모닉 홀을 자세히 구경 할 것을 하는 아쉬움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서유럽 겨울 날씨답지 않게 지난 2월 함부르크 날씨는 쾌청하기 이를 데 없어서 내가 좋아하는 범선 사진은 기막히게 잘 나왔다. 세상 모든 탈 것은 대부분 남자들의 로망에 다름 아니라 나도 자동차를 제외한 세상 모든 탈 것들에 관심이 많고 특히 기계 동력을 빌리지 않고 움직이는 글라이더나 범선, 자전거를 좋아한다. 사진을 찍은 후 검색 해보았더니 함부르크항에 정박 중인 범선 이름은 리크머 리크머스(Rickmer Rickmers)호로 1896년 독일 브레머하펜조선소에서 건조된 상선이라 하며 배 이름은 조선소의 창업자 이름에서 따왔다 한다. 이후 마치 독일 역사처럼 독일에서, 포르투갈로, 영국으로, 다시 포르투갈로 깃발과 이름을 바꿔 달며 운항되다 1983년 독일 소유로 되돌아와 원래 이름을 되찾고 함부르크항에 영구 정박되어 선상 박물관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범선은 그렇다 치고 내 못 찍은 사진 속 왼쪽 귀퉁이에 조그맣게 담긴, 함부르크 시민들로부터 엘피(Elphi)라는 애칭으로 통한다는 엘베 필하모닉 홀 건물을 보니 그 먼 곳까지 출장 가서 리크머스보다는 엘피를 눈 여겨 볼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출장이든 유람이든 여행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리라. 돌아보면 조심씩 남는 아쉬움들, 마치 우리 삶이 그렇게 이어지는 것처럼.
독일 함부르크 2017년 G20 정상회담 축하 공연장 엘베 필하모니 홀 앞 G20 정상 기념촬영
출처: 함부르크 엘베 필 하모니 홈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