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 막고굴 제45굴 당(唐) 시대 불상과 벽화
몇 해전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을 읽으며 언젠가 중국편이 나오겠거니 했는데 최근 중국편 두 권이 나와서 요즘 재미있게 읽고 있다. 책을 읽으며 확실히 유홍준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미학자요 이야기꾼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고, 마이크 체질이신 듯하여 알쓸신잡 같은데 출연하셔도 발군의 역량을 발휘하실 것 같다는 느낌이다. 중국편 두 권은 각각 돈황(敦煌)과 하서주랑(河西走廊), 막고굴(莫高窟)과 실크로드를 소개하는 것으로 그 서막을 열었는데 그 넓은 나라, 그 오랜 역사를 가진 중국편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자못 궁금하다.
이렇게 유홍준이 돈황과 막고굴을 '그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의 시작점으로 삼은 이유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돈황 막고굴이 1987년에 지정된 중국 최초, 일련번호 1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 때문일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곳이 유라시아 대륙 동서 문명과 문화가 서로 교통하던 실크로드의 가장 중요한 길목이기 때문일 것이며 그곳에 인류 문화유산의 정수 중 정수가 남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찬란한 문화유산과 결합된 험지 여행이라는 우리 시대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장소가 돈황, 막고굴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인데 그런 면에서 유홍준은 예전부터 알아 오기는 했으나 확실히 우리 시대 트랜드 리더의 한 사람이라 할 것이다.
나는 그 동안 불교 그리고 그 표현양식인 불교미술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달리 흥미를 느낀 적도 없었다. 그런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페이지를 넘기며 책 속에 소개된 북위(北魏), 당(唐) 시대 지어진 돈황 인근 석굴의 불상 사진만 보고서도 그 아름다운 조형미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홍준의 전작 『추사 김정희』는 서예라는 예술의 영역으로 나를 인도하는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지만 중국편 책 두 권은 나를 불교미술의 영역으로 인도할 지 이 또한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