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23.
주말 오랜만에 반가운 지인들과 가벼운 인왕산 산행을 나섰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만나 자하문(紫霞門)이라고도 하는, 한양 도성의 북서문 창의문(彰義門)에서 윤동주문학관을 끼고 좌측으로 돌아 한양 도성의 순성(巡城) 길을 따라 인왕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가벼운 산행 코스다. 그런데 지난 밤의 과음에다 여름 한 낮 따가운 햇살 아래 산행길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늘 건강검진을 받을 때 마다 잘못 본 시험 성적표를 받아 드는 것처럼 고혈압에 고지혈증에 당뇨가 있다는 검진결과를 받았으니 나도 이제 동년배들처럼 비타민 먹듯 약으로 버텨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가뿐 숨을 헐떡이며 산행을 이어갔다.
2018. 6. 23.
지난해 인왕산 정상에는 청와대 쪽으로 사진을 찍지 말라는 시뻘건 경고 팻말이 서 있었는데 올 해, 그 팻말은 사라지고 팻말 주변의 군대 초소는 한창 철거 중이었다. 팻말이 서 있던 바로 그 자리에서 멀리 북한산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있지도 않은 위협을 앞세우고, 과장하며 국민들을 겁박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상징이리라. 하산은 독립문 쪽으로 했다. 그리고 결국 멀쩡한 주말 대낮의 뜬금없는 산행의 진정한 목적, 한국 미슐랭가이드의 맛집으로 소개되어 있다는 독립문 옆 도가니탕 전문, 대성집으로 갔다. 도가니 수육 한 접시에 각자 ‘특’ 도가니탕 한 그릇, 소주를 부르지 않을 수가 없다. 산행으로 운동 쪼금하고 배가 미어터지도록 도가니탕을 안주 삼아 소주를 비워내었다. 얼씨구나 소리가 절로 나오는 시간, 후식으로 달달한 자판기 커피는 서비스다.
2018. 6. 23.
도가니로 얼큰하게 낮술이 오른 아재들은 부른 배를 꺼트린다며 정동길을 걸어 염치도 없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으로 갔다. 미술관 매점에서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 때리고 해산, 지난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있던 건물을 때려 부순 자리에 또 건물을 올리겠다는 시장이 아니라 서울에 더 많은 나무를 심겠다는 시장이 당선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 시장이 공공미술관에도 더 많은 투자를 해서 시민의 삶의 질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기를 기대하며 시청 앞 버스 정류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인왕산, 대성집,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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