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lixstowe, Suffolk, UK

2010. 7. 8

회전교차로를 로터리(rotary) 혹은 트레픽 서클(traffic circle)이라 하는 것은 미국식이고 영국에서는 이를 라운더밧(roundabout)이라 한다. 런던과 같은 대도시나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의 경우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영국의 거의 모든 교차로에는 차선의 많고 적음과 노폭의 넓고 좁음을 막론하고 직각교차로에 설치된 교통신호등 대신에 회전교차로 즉, 라운더밧이 설치되어 있다. 런던의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의 경우에도 라운더밧과 교통신호등이 혼합된 체계이지 직각교차로는 영국에서 거의 드물다. 영국의 교통 흐름 체계는 한국과 달리 좌측 우선통행이다. 즉 좌회전 우선이다. 그래서 로터리에서 서로 진입하려는 차가 있는 경우 운전석을 기준으로 내 우측에 보이는 차, 즉 좌측으로 진입하려는 차가 우선권을 가진다. 도로 위의 운전자 모두가 이 묵시적인 합의를 지켜준다고 가정할 때 라운더밧, 즉 회전교차로는 교통신호가 바뀔 때까지의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고 차량 통행이 한산한 경우에는 신호 대기 없이 곧바로 진행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인 것 같다. 영국에서의 내 경험으로는 그렇다.

 

Hadleigh, Suffolk, UK

2012. 7. 23

내 어릴 적 기억으로 우리나라에도 큰 길 교차로에는 그때는 로터리라고 했던 회전교차로가 있었다. 그 로터리가 어느 순간 싹 사라져버리고 그 자리에는 직각교차로와 교통신호등이 섰다. 잘 모르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교차로에 교통신호등 대신 로터리를 설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해보면 로터리가 사라진 이유를 얼핏 짐작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이 상상은 가끔 아찔하기까지 하다. 영국 살 때 자가운전으로 출퇴근 했는데 4년 동안 경음기, 클락션 소리를 거의 들은 적 없고 나 또한 클락션 울릴 일이 거의 없었다. 이제 내 나라로 돌아와 자가운전을 하지도 않는데 거의 매일 클락션 소리를 들으며 산다. 영국의 고속도로 진입램프, 아무리 교통 정체가 심해도 철석같이 원 바이 원(one by one) 진입에 따른다. 내 나라의 고속도로 진입램프, 교통 정체가 심하면 서로 들이 밀겠다고, 절대 끼워주지 않겠다고 위험천만한 신경전을 벌이는 아비규환의 지옥도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 놈을, 그 년을 제끼고 내가 먼저 차 대가리를 디밀면 행복한가? 네가 울려 대는데, 네가 디미는데 난들 별 수 있나? 아무 거리낌 없이 클락션을 울려대고 차 대가리를 들이밀며 서로가 서로에게 극도의 감정 소모를 강요하는 사회, 나라다운 나라까지는 알지도 못하겠고, 그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얼마나 걸릴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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