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뉴시스

 

몇 년 전 갑자기 유럽 출장 일정이 잡혀 비행편 예약을 하는데 이른바 우리 국적 항공사와 유럽 항공사 간 티켓 가격이 너무 차이가 나서 아무리 회사 돈을 이용한 출장이기로 양심상 도저히 국적 항공사 예약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용한 항공사가 KLM, 네덜란드 항공사였다. 그런데 KLM 사이트에서 항공 티켓 예매를 하며 놀란 일이 있었으니 기내 전 좌석의 예약 정보가 예매 사이트에 표시가 되어 있었고 비록 같은 이코노미 좌석이라 해도 자세가 다소 편한, 그래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좌석에는 조금씩 할증 요금이 붙어있었으며 그 큰 여객기 좌석 중 티켓 요금이 두 배, 세 배에 달한다는 비즈니스 좌석이 극소수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러니 성수기에 없던 좌석이 갑자기 불쑥 솟아나올 이유도 없고 공항 발권석 앞에서 항공사 종업원에게 좋은 자리를 점지해주시라 억지 미소를 지을 이유도 없으며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행운처럼 이코노미 티켓을 끊고서 비즈니스 좌석 티켓을 거머쥐는 이른바 업그레이드를 기대할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소한 '대한민국'에서는, 행운은 가만히 기다리는 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국적 항공사에 한줄기 희미한 연줄 하나라도 붙잡고 있으면 없던 좌석 만들어주십사, 좋은 좌석 배정해 주십사, 좌석 업그레이드 해주십사 전화 돌리기 바쁜 게 이 바닥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부끄러운 국적 항공사를 둘러싼 잡음 아닌가? 어디 연줄뿐이랴. 근래 그 우리 국적 항공사를 둘러싼 보기 불편한 여러 보도들을 접하며 그 항공사를 감독할 의무가 있는 공무원, 정치인은 물론 쥐꼬리 만한 지분으로 제왕처럼 회사의 경영권을 쥐고 온갖 탈법과 불법 그리고 종업원과 거래처에 대해 갑질을 자행한 그 항공사 사주 일가를 향해 이제와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고 있는, 언론이라는 탈을 쓰고 갖은 패악을 일삼는 기자를 칭하는 모리배들 중 그 항공사를 향해 비행 티켓을 두고 전화질 한 통 하지 않은 자 있는가? 누가 저 사주 일가들을 그토록 오만하고 겁 대가리 없게 만들었는가?

 

일년 365일 먹는 쌀밥, 비빔밥, 장거리 비행하며 하루 정도 안 먹어도 건강에 지장 없고 내 비록 그 냄새를 맡으며 침을 꼴깍꼴깍 삼킨 적 있음을 고백하나, 장거리 비행 중 좁아터진 기내 좌석에 앉은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는 줄 알면서도 그러는지, 그것도 모르고 그러는지 승무원을 채근하여 저급하게 후루룹 쪕쪕 쳐먹는 사발면 한 사발 안 먹어도 여행하는데 큰 지장 없다. 하물며 그 하루 쌀밥 안 먹고 한 사발 안 하는 대가로 수십 만원을 아낄 수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하는데 고민할 이유가 무엇인가? 게다가 국적 항공사에 연줄 하나 없고, 평생 권력의 콩고물조차 손 끝에 찍어먹어 본 적 없는 처지로 백 만원을 훌쩍 넘는 유럽행 항공권을 구매하면서도 불편한 구석탱이 좌석에 구겨져 앉아 까닭 모를 억울함 씹고 앉아 있지 않아도 되니 소위 우리 국적 항공사를 이용할 이유가 무엇인가? 더구나 저들이 마음대로 가져다 쓴 "대한"이라는 상호가 마치 내가 도둑 맞은 이름처럼 느껴져서- 저들이 왜 대한항공인가? 내 사랑하는 조국 대한의 항공이 이토록 허접한가? - 몇 해 전부터 나는 그 논란의 우리 국적 항공사를, 심지어 부산이나 제주도 갈 때조차 이용하지 않고 있다?. 누구 좋으라고 거길 이용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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