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어느 날 한 남자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남자는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을 잊었다. 잠에서 깨워보니 자신이 여전히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남자는 생각했다. 내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인가 아니면 지금 나비가 사람이 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18세기 일본 효고(兵庫)현 히메지(姫路)성의 영주 사카이 타다자네(酒井忠以) 글씨 씀, 동생 사카이 혼이츠(酒井抱一) 나비 그림.
병약한 아버지를 두어 나이 열 여덟이던 1772년에 할아버지로부터 사카이(酒井)가의 가업을 상속받아 히메지번(藩)의 영주가 되었다. 예술과 다도에 재능이 많았다. 동생 혼이츠는 일본 에도(江戸)시대 대표화가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1783년부터 일본 전역을 덮친 대기근(天明の大飢饉)으로 번을 통치하는 영주로서 피폐한 재정을 일으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기록이 보이나 서른 여섯 한창 나이에 삶을 접었다. 가업은 장남인 사카이 타다히로(酒井忠道)가 이었다.
히메지성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이 십년 전 히메지성을 구경했던 기억이 선하여 우선 잡문 몇 자 남겨야지 했다. 게다가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히메지성 소장 서화(書畵) 한 폭을 보고 있자니 중국 고사를 두고 형제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과 큰 붓으로 단번에 옆으로 흘려쓴 형의 꿈 몽(夢) 한 글자, 그 꿈 위로 세필로 다듬어 나간 동생의 나비 한 마리가 어울려 마치 내가 꿈 속에서 그 장면을 보는듯 해서 이렇게 잡문 한마디 덧붙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