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서퍽 오웰강

River Orwell viewed from Pin Mill, Suffolk, UK

2010. 12. 10.

 

 

오랫동안 연기자 생활을 이어온 50대 여배우를 인터뷰한 동영상을 봤다. ‘다시 20대로 돌아가면 어떠하겠냐?’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여배우는 정색을 하더니, 그 질문은 밤 새 울며 불며 영화 한편 찍었는데 그걸 무효로 치고 다시 찍자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며, 힘들어서 그걸 어찌 반복하겠냐며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했다. 이 대답을 들으며 역시 그저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구나 했고 한편으로 나도 그녀처럼 지난 날을 치열하게 살아왔나 스스로 반문하기도 했다.

 

강물은 거슬러 흐르지 않는다. 때로 좁은 물길을 따라 거친 급류를 이루며 쏜 살처럼 지나쳐오기도 하고 때로 고요히 흐르며 지나온 물길들을 뒤돌아 보기도 하겠지만 돌이켜 흐를 수 없다. 그러고 보면 다시 20대로 돌아가면 어떠하겠냐는 질문은 우문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지나온 물길이 아련하고 그립지 않을 이유도 없겠지. 그래도 강물은 흐르겠지만.

 

묵은 옛 사진과 옛 글을 다시 올리며 이게 정말 영국의 12월에 찍은 사진이 맞나 의심이 들어 사진 파일의 EXIF 정보를 다시 열어보니 12월에 찍은 사진 맞다. 이러니 열 일 제쳐두고 내가 사진 찍으러 뛰쳐나간 것이겠지. 아마 그 해 영국의 12월 중 딱 그날 하루, 이렇게 날씨가 화창했을 것이다. 그 기나긴 꿀꿀한 겨울 동안 영국 사람들, 아니 나처럼 영국의 겨울이라는 끔찍한 수렁에 덜컹 내 던져진 나 같은 사람들 우울증 걸려 죽을까 봐 그날 하루 잠깐 하느님이 보우 하신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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