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hmere St. Andrew, Suffolk, England
2010. 12.
미국은 유럽에서 건너간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다. 처음 북미대륙에 발을 디딘 유럽인들은 스페인 사람들이었는데 정작 북미대륙에 처음 정착한 사람들은 네덜란드 사람들이었다. 뉴욕에 빈민가로 유명한 할렘 (Harlem)이라는 동네가 있는데 할렘이라는 지명은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 곁에 있는 유서 깊은 도시 하를럼(Haarlem)에서 비롯되었다. 할렘은 유럽인의 미국 정착 초기 네덜란드 사람들의 거주지였던 것이다. 어디까지 가봤냐고? 할렘은 못 가봤고 하를럼까지 가봤다. 아무튼 이 네덜란드 사람을 몰아내고 미국에 아예 말뚝을 박아버린 사람들이 영국 사람들이다. 뉴욕(New York)은 영국 북동부의 오랜 옛 도시 요크(York)에서 비롯되었다. 17세기 영국에서는 카톨릭과 영국 국교회 그리고 개신교를 믿는 사람들이 서로 반목하여 그 혼란이 극심해서 심지어는 개신교도들이 내전 끝에 권력을 잡고 영국 왕을 처형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역사에서 청교도혁명이라 이르는 사건이다. 그러나 청교도혁명의 수장이었던 올리버 크롬웰이 사망하자 권력은 다시 영국 국교도의 손에 돌아갔으며 왕정은 복고되었고 권력을 잡은 왕당파들은 그 앙갚음으로 개신교도들을 아주 못살게 굴었던 모양이다. 이에 수많은 영국 개신교도들이 살 길을 찾아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떼로 몰려가 종국에는 영국 식민지 정부를 몰아내고 스스로 나라를 세웠으니 이렇게 오늘날 미국이 생겨난 것이며 그래서 미국인들이 쓰는 언어는 미국어가 아니라 영어(English)가 되었던 것이다. 물론 미국 건국의 이면에는 유럽인들이 북미대륙에 도착하기 전 터를 잡고 살던, 우리가 인디언이라고 부르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비극적 절멸과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붙잡혀 끌려와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미국독립선언문을 기초한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은 그 독립선언문에 신 앞에 만민은 평등하다 일갈했는데 그 만민 속에는 아메리카 원주민도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아예 사람 취급도 안했던 것이다. 토마스 제퍼슨은 많은 노예를 소유한 대 농장주였고 그가 평등하다 주장한 만민은 바로 자신과 같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들을 지칭한 것이었다. 만민은 무슨 개뿔 만민인가? 이렇게 미국 역사에 흔적을 남긴 유럽 이주민은 비단 영국인 뿐만이 아니었다. 재즈로 유명한 미국 남부 도시 뉴올리언스(New Orleans)는 프랑스 중부의 옛 도시 오를레앙(Orléans)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오를레앙은 그 유명한 오를레앙의 성처녀 잔다르크가 봉기한 곳이다. 북미대륙이 유럽인들에게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었던 정착 초기 프랑스인들은 주로 오늘날 미국 남부지역을 떡 하니 차지하며 정착했는데 유럽 역사무대에서의 영원한 맞수, 영원한 앙숙 영국과의 전쟁에서 무참히 깨지고 나서 북미대륙에서의 패권을 영영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미국에 정착한 영국인들이 모국 영국 정부에 반기를 들고 독립을 선언하며 일으킨 미국독립전쟁에서 프랑스는 미국을 아낌없이 지원했으며 여기에 스페인과 네덜란드가 곱사리를 끼여 들었음은 물론이다. 적의 적은 아군인 법이다. 결국 미국인들이 독립전쟁에서 승리하고 미국을 건국하자 프랑스는 그 독립을 축하하는 의미로 오늘날 미국의 상징이 되어 달러 화폐에도 등장하는 자유의 여신상을 선물해서 영국에 대해 나름, 그러나 소심한 복수를 했다. 프랑스인이 미국에 남긴 유산은 비단 뉴올리언스와 자유의 여신상에 뿐만 아니다. 미국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술, 바로 버번 위스키(Bourbon whiskey)가 프랑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영어 버번은 프랑스어 부르봉인데 부르봉은 북미대륙의 패권을 두고 영국과 다투던 프랑스 절대왕정 시대 부르봉왕가를 뜻한다. 미국 켄터키주에 버번이라는 지역이 있고 거기서 전통 양조기법에 따라 양조한 술이 버번 위스키인데 대표 브랜드가 짐 빔(Jim Beam)이다. 한편 짐 빔과 함께 미국 위스키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잭 데녈, 아니 잭 다니엘(Jack Daniel)은 켄터키주 아래 테네시주에서 양조되어 테네시 위스키로 따로 분류되기도 하나 그 양조법에 있어서는 버번 위스키와 같아서 넓게는 잭 다니엘도 버번 위스키라 할 수 있겠다. 짐 빔과 잭 다니엘은 아마 세계에게 가장 많이 팔리는 위스키일 것이다. 가성비로 보아, 아니 가심비로 보아도 최고의 위스키라는 개인적 견해도 덧 붙인다. 그리고 잭 다니엘에 콜라는 타서 마시는 술을 잭 앤 콕(Jack & Coke)이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맥주 외 영국인들이 가장 즐기는 술이 잭 앤 콕이라 미국 그림자도 밟아보지 못한 내가 영국에서 잭 앤 콕에 맛을 들이고 말았으니 이 역시 아이러니 하다 할 것이다. 영국의 겨울 밤은 어둡고 춥고 또 길다.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서울의 엄동 겨울 속에서 몇 해 전 그 기나 긴 영국의 겨울 밤 나를 위로하던 버번 위스키 한 병과 옛 노래의 추억이 떠올라 끄적여 본 잡문이다. Celtic Thunder Whisky in the J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