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에식스 왈톤 해변
WALTON-ON-THE-NAZE, ESSEX, UK
2013. 1.
찍은 지 오래 되어서 언제 어디서 찍었던지 조차 잊어버린 사진을 열어 볼 때면 이게 일출인지, 일몰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하기야 사람들이 제 편하게 해가 뜬다, 해가 진다 하지 해는 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고 그 해를 중심으로 지구만 뺑글뺑글 맴을 돌고 있으니 일출이든 일몰이든 해에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 일출이건 일몰이건 그 사진이 그 사진처럼 보이는 까닭이 바로 이에 있으리라.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떠오르는 해를 보고는 그 해에 스스로의 희망을,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한 다짐을 실어 보는 모양이다. 그런 까닭에 새 해 일출을 보기 위해 동해로 몰려가는 사람들 때문에 올해의 마지막 날, 동해로 향하는 영동고속도로 하행선은 교통체증으로 북새통을 이룰 것이다. 또 내일, 내년 첫 저녁 뉴스는 아마 정동진 해변에서 첫 일출을 보러 몰려든 사람들을 담은 화면을 내보낼 것이고 그 화면 안에 주먹을 불끈 쥐고 "새 해에 대한민국 파이팅 입니다!"라고 외치는 서울 양천구에 사는 시민 아무개 씨의 인터뷰가 방송될 것이고 이어 뉴스는 영동고속도로 상행선의 지독한 교통체증 소식을 전할 것이다. 아마 녹화해 둔 화면을 다시 틀어도 눈치 채는 사람이 별로 없겠지.
언제부터인지 해가 지는 모습은 혹은 해가 뜨는 모습은 자체로 아름다울 뿐 그 장면을 지난 해를 보내는 회한으로, 새해를 맞는 희망으로 환치시키는 것이 계면쩍다. 그저 12월 31일이라는 오늘이 가고, 1월 1일이라는 내일이 올 뿐. 그래서 요 며칠 사이 메신저로 오가는, 메일함에 쌓인, 책상 위에 카드로 놓여져 있는 새해 인사에 답신을 하는 것도 계면쩍다. 그래도 몇 자 적는 순간 나의 이름을 기억하는 그 고마운 분들을 위해서 새 해에도 ‘건강하시라’ ‘운수대통 하시라’ 그리고 ‘행복하시라’ 답신을 보내고 있다. 나도 또 나를 기억하시는 분들도, 그리고 우리 모두 행복해야 하지 않겠는가? 새해에는 해피 뉴 이어.
abba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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