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Beatles) 멤버로, 그룹 해체 후 음악활동으로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는 많은 인기와 영예를 얻었다. 이런 폴 매카트니를 비틀즈와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렵지만 1980년 사망한 존 레논은 비틀즈와 따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뮤지션으로는 분명 존 레논은 폴 매카트니와 다른 격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비틀즈는 폴 매카트니의 것이고 어떠한 의미로든 존 레논은 비틀즈를 거쳐간 사람으로 봄이 타당하다.
비틀즈 해체의 중심에는 존 레논이 있고 존 레논의 머리 꼭대기에는 오노 요코(Ono Yoko)라는 여자가 앉아 있어서 많은 사람들은 결국 비틀즈 해체의 탓을 그녀에게 돌린다. 이들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전위 예술을 하는 무명의 아티스트였던 일본 여자 오노 요코는 비틀즈 활동으로 떼돈을 번 존 레논을 꼬셔 결혼 한 다음 그녀의 작품활동에 존 레논의 명성을 이용했고 1980년 팬임을 자처하는 정신병자의 총에 맞아 존 레논이 비명횡사하자 그의 유산을 고스란히 차지한 상속인이 되었다. 그러나 데뷔 당시 악보조차 볼 줄 몰랐던 그야말로 영국 리버풀(Liverpool)의 촌뜨기에 불과했던 존 레논이 솔로 활동 도중에 발표한 수많은 명곡들, 그 찬란한 빛의 그림자는 오노 요코였다. 그녀가 없었더라면 『이메이진(Imagine)』과 같은 존 레논 불후의 명곡들이 나오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이제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녀의 예술적 감수성과 재능은 존 레논의 그림자가 되었고 존 레논이 죽은 지 30주기를 훌쩍 뛰어 넘어 40주기를 바라보는 지금도 그녀는 존 레논의 그림자로 화석화되어 남았다. 그러나 존 레논이 솔로 활동 도중에 만든 그의 아내 오노 요코에게 바치는 낯 간지러운 사랑 노래들을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한 사람의 그림자로 살다 가는 것도 이 정도면 괜찮지 않겠냐고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이제와 손익계산서를 따지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세상에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로 충만한 노래가 오노 요코 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존 레논展 - 음악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존 레논의 유품과 판화를 모은 전시회가 있다는 광고를 봤는데 글쎄, "아시아 최초, 최대 규모의 단독전시"에서 무슨 새로움을 발견할까 싶은 생각에 딱히 전시를 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고 다만 전시 광고 때문에 한때 이메진 앨범의 수록 곡 전부를 씹어 먹듯 외워 따라 부르던 나의 옛날 그 어느 때가 아련할 뿐이라 남기는 잡문이다.
Real Love
John Lenn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