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김훈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를 읽었다. 김훈은 베스트셀러 역사 소설이자 영화로까지 각색되어 큰 인기를 얻은 『칼의 노래』, 『남한산성』의 작가로 우리가 당대의 문사(文士)를 꼽을 때 그 이름을 빼놓을 수 없겠는데 나는 김훈의 산문을 읽으며 자주 눈꼬리가 촉촉해지도록 웃는다. 책을 읽으며 재미있어서 이토록 낄낄거리며 웃은 것이 대체 얼마만인가?
나는 이것을 ‘김훈의 개그 본능’이라 표현하고 싶은데 아마 김훈이 개그나 시트콤 대본을 썼더라면 지금보다 더욱 드높은 필명을 떨치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훈의 개그 본능, 그 본질은 일체의 주접을 배제한 무협풍의 시크함에 있겠는데 심지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글을 쓰고도 글을 쓴 본인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이 비장하기 이를 데 없는 마음가짐으로 글을 쓴 것이 아닌가 살짝 의심이 들기까지 한다. 그러니 더욱 웃길밖에 없고 아마 어느 독자가 지하철 안에 앉아 그의 글을 읽고 끓어오르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여 읽던 책으로 얼굴을 가린 채 낄낄대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잔망(孱妄)스럽다!’며 무협스럽게 분개할지도 모를 일이다.
대체 김훈의 글이 어떻길래 그리 웃느냐 물으시는 분 계시다면, 내게 큰 웃음 주신 김훈 작가님에게 미력하나마 보답하고 싶어서, 책 사 읽어보시면 아시겠다 답하고 싶다. YES24 북리뷰 쓰기를 마무리 하고 포스팅 하려는데 별점을 줘야 포스팅 된다 하여 소박하게, 그러나 아낌없이 별 다섯 개 모두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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