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드 다이어몬드(Jared Diamond)에 의해 1998년에 발간되어 퓰리쳐상을 수상한 세계적 베스트셀러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의 2003년 한국어 개정증보판에는‘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제목의 추가 논문이 게재되어 있다. 논문의 요점은 현대 일본인 대부분이 현대 한국인 대부분과 유전적 동질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 즉 기원 전후 몇 백 년 사이 한반도에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일본 섬으로 건너가서 혹은 적은 수효의 한반도 거주민들이 일본 섬으로 건너가서 인구 증가 과정을 거쳐 현대 일본인의 조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설은 고고학적 증거나 DNA 분석과 같은 생물학적 증거들에 의해 뒷받침 된다.
문제는 한일 양국의 언어학적 비교 분석 결과인데 두 나라 언어는 문법적인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대략 15% 정도의 어휘만을 공유하고 있고 이는 두 민족의 분화가 5000년 전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앞선 증거들과는 배치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설을 내놓고 있다. 현대 일본어는 현재까지 밝혀진 고구려 고어와 유사하나 현대 한국어의 경우 신라의 삼국통일 과정을 거쳐 신라어에 그 뿌리를 두고 있어 고고학적, 생물학적 증거와 배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만 그리 생각하고 있는 겐지 모르겠으나 만주벌판을 호령하며 고대 중국과 중원의 패권을 다투던 자랑스러운 우리 조상 고구려 언어와 백제 언어, 신라 언어가 서로 통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 방언의 차이가 아니라 언어의 차이가 분명하였다는 것은 문헌 기록이 증언하는 바이고 서로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데 이를 같은 민족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인가 즉 고구려와 백제와 신라는 공히 우리 한국인의 공통된 조상인가 하는 의문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고 있지 않기에, 할 것 같지도 않기에 영원히 풀 수 없는 나만의 의문으로 남을 것 같다. 각설하고, 백제가 고구려에서 분화된 나라라는 것은 역사 기록이 증언하는 바이며 또 백제가 일본 고대 국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 역시 그 구체적 역할이 무엇이냐, 역할의 주종이 누구인가에 대한 이견이 첨예함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한일 두 나라에서 이견이 없으므로 현대 일본어가 고구려 고어와 유사하다는 저자의 해설 역시 탁월하다 할 것이다. 위와 같은 해설을 바탕으로 저자는 논문의 말미에 다음과 같이 덧붙이고 있다.
"(위와 같은)결론은 일본과 한국 양국이 최근 서로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탓에 어디에서도 인기를 끌 만한 주장은 아닌 것 같다. 양국의 지난 역사는 서로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게 했다. 아랍인과 유대인의 경우처럼 한국인과 일본인은 같은 피를 나누었으면서도 오랜 시간 서로에 대한 적의를 키워왔다. 하지만 동아시아와 중동에서의 반목은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수긍하기 힘들겠지만 그들은 성장기를 함께 보낸 쌍둥이 형제와도 같다. 동아시아의 정치적 미래는 양국이 고대에 쌓았던 유대를 성공적으로 재발견 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러드 다이어몬드의 탁견을 다시 앞에 두고, 근자에 뉴스 지면을 어지럽히는 설왕설래를 두고 동아시아의 정치적 미래는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생각해본다.
'○ 작은 책꽂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이더의 단톡방 (0) | 2019.04.15 |
---|---|
노포의 장사법 (0) | 2019.03.21 |
영혼의 시선 (0) | 2019.02.14 |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 (0) | 2019.02.12 |
2030 에너지전쟁 (0) | 2019.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