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1971년, 앙리 까르띠에-브레송
프랑스 브리, 1968년, 앙리 까르띠에-브레송
마른 강가에서, 1938년, 앙리 까르띠에-브레송
베이징 국민당의 마지막 나날들, 1949년, 앙리 까르띠에-브레송
알베르토 자코메티, 1961년, 앙리 까르띠에-브레송

오래 전 사서 묵혀두고 있던 앙리 까르띠에-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이 쓴 『영혼의 시선』(L'imaginaire d après nature)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명품 좋아하는 분이면 환장할 까르띠에와 관련이 있는 이름이다. 사진으로 보는 사람 자체도 멋지구리 하다. 여러 측면에서 20세기 대표 사진가라 불러 손색없겠다. 1908년에 태어나 2004년에 타계했으니 천수를 누렸다. 그의 삶이 사진술의 발전과 같은 궤를 그렸다. 지금 기준으로는 휴대용이라고 말할 수 없는 그러나 처음 나왔을 때는 획기적이었던 벽돌 크기 벽돌 무게의 라이카(LEICA) 카메라를 들고 세계 각처를 돌아다니며 그가 말한 결정적 순간(Images à la sauvette)을 포착한 예술 사진과 보도 사진을 찍었다. 사진에 관한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어록이 됐지만 이 어록을 담은 책은 철학적이고 한편으로 현학적이다. 책 읽으며 깊이 생각하는 것 내 스타일 아니니 생각하라 보채지 말았으면 했다.

카메라를, 사진을 스케치 북으로 표현하는 구절은 좋았는데 이 또한 익히 자주 듣던 이야기다. 책에 곁들인 저자의 유명한 사진 작품들 역시 익히 보던 사진들이다. 지금도 사진 커뮤니티에 비스무리한 피사체, 비스무리한 구도를 가진 비스무리한 사진들을 수도 없이 발견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책 속 사진을 멍 때리며 쳐다보고 있자니 비스무리하다는 것은 서로 닮았다는 뜻인데 어떤 게 어떤 것을 닮았다는 것일까? 두말 할 나위도 없이 요즘 일면 사진들이 책 속의 사진을 닮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책 속의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조차도 앙리 까르띠에-브레송, 이 사람으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잘 찍은 사진 한 장이 예술의 범주에 속하는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만약 우리가 이를 예술이라고 친다면 분명 그 핵심은 독창성(creativity)에 있겠고 책은 그 점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한번 읽고 볼 이유는 충분했다.

 

image source: locograph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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