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Paris, France

2013. 5. 3.

 

파리 지하철 정거장에는 담배를 뽀꿈 뽀꿈 거리낌 없이 피워대는 사람도 더러 있었고 그 사람들을 향한 시선을 거두려 고개 돌리면 오줌 지린 냄새가 코를 찌르기도 했다. 그러나 지하철 객차 안에서는 흘러버린 세월에 아랑곳 없이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빨간 립스틱을 정성껏 칠한 멋쟁이 할마시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곳, 그곳이 파리였다. 영국 사람들의 개 사랑에 대해 볼멘 소리를 늘어 놓았던 내 지난 포스팅이 부끄럽게도 파리의 공원은 개똥 천지였다. 몽마르트르 언덕에 닿기 위해서는 마치 서바이벌 게임을 하듯 사기성 호객을 일삼는 흑형들을 돌파해야 하는 다소 짜증스러운 미션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흑형들의 인상보다는 때로 더 더러운 내 인상을 무기로 그 미션을 가볍게 통과하고 나서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바라보는 파리는 아름다웠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물랭루즈를 찾아가는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에는 성인용품 가게들과 버젓이 매매춘을 암시하는 가게들이 판을 치고 있었지만 제법 먼 그 길을 걸어서 지나치는 동안에도 그것들이 불결하다거나 외설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그것도 파리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의 유명 랜드마크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는 흑형들, 아마 한때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에서 오로지 더 나은 삶을 위해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서 기필코 프랑스에 닿아 관광지에서 조잡한 기념품을 팔며 고단한 삶을 이어갈 그들을 프랑스 경찰이 박멸해버렸다면,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물랭 루즈에 이르는 그 거리, 사창가나 진배없는 그 거리를 불도저로 싹 밀어 버렸다면 오늘날 파리가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의 하나로 남을 수 있었을까? 파리의 색깔은 단색이 아니라 칙칙한 색깔, 밝은 색깔, 따스한 색깔, 어두운 색깔이 교차하는 예쁜 모자이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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