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오페라 하우스
Paris Opera House
2013. 5.
도시는 방위를 가늠하면서 가로와 건물 간 배치와 조화를 따져가며 봐야 제대로 그 도시를 구경했다 할 수 있다. 내가 가이드를 따라 다니는 페키지 관광을 멀리하는 이유다. 이론상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페키지 여행이 되었건 자유여행이 되었건 시간적 제약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 여행자에게 방위 따지고 배치니 조화니 따질 여유가 없다. 파리를 여행하는 내내 내 머리 속에는 다음 가봐야 할 장소와 거기에 닿는 최단거리 동선이 어찌되는지 그것만 가득 차 있었다. 제대로 파리를 구경했을 리 없다.
내가 어쩌다 파리 지하철 오페라역에 내렸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역 이름을 보는 순간 파리 오페라 하우스 같은 것이 들어선 곳이겠거니 했다. 지하철역을 빠져 나와 보니 정면에 과연 멋진 건물이 서 있어 따로 알아보지 않아도 파리 오페라하우스임을 알았다. 아마 여행안내 책자에도 파리에서 꼭 가볼 만한 곳으로 자세히 소개되어 있었으리라. 다만 그때 내 눈에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오지 않았다. 짧은 일정에 오페라하우스 아니라도 파리에는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았다.
파리 오페라하우스의 정식 명칭은 팔레 가르니에(Palais Garnier)고 오페라 가르니에라고도 한다. 1861년 건축가 샤를 가르니에(Charles Garnier)의 설계에 의해 건설되었다. 프랑스에는 이미 그 시대에 건물을 기념하기 위해 설계 건축가의 이름을 건물명으로 쓰고 있었다는 뜻이리라. 오늘날 우리나라에 설계자의 이름을 딴 건물이 따로 있는지 잘 모르겠다. 파리 오페라하우스는 유명한 런던 웨스트엔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가 되는 오페라 극장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찾아갈 생각도 없었고 지나칠 당시에는 그저 파리 오페라하우스이겠거니 하며 막샷을 찍어댄 터라 쓸만한 사진도 남지 않은 오페라 가르니에는 외관도 멋지지만 실내에 더 볼 것이 많다고 한다. 파리 여행 전에 오페라 가르니에가 『오페라의 유령』 의 무대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게다가 드가(Edgar De Gas)가 파리 오페라를 무척 좋아했고 오페라 극장의 장면을 담은 그림을 많이 남겼었지. 구경해볼 것을 그랬나? 돌이켜보니 조금 아쉬움이 남는 것, 그것이 여행이고 또 우리의 삶이리라.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에 견줄만한 건물이 런던에도 있는가 생각해봤는데 마땅한 비교 대상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래도 영국은 뮤지컬의 나라지 오페라의 나라는 아닌 듯 하다.
왜 시간차를 두고 거의 같은 자리에서 오페라 가르니에 사진을 찍었는지 궁금해서 지난 사진을 뒤적여보니 근처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오페라역에 갔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두 사진 사이에 하도 딱딱해서 노인들은 쉽게 씹을 수 없을 것 같은 그 유명한 진짜 빠리 빠게뜨를 씹고 있는 사진이 남아 있다. 아구 무척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