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범선 시나고(Sinagot) 모형을 최근 완성했다. 설명서에 있는 대로 색칠하고 조립하고 리깅(rigging)까지 마감했으니 완성이라 할만 했다. 모형을 완성하고 보니 시나고란 배가 어떤 배일까 궁금했다. 프랑스제 프라모델이라 설명서는 이해에 도움이 안됐다. 그래서 구글 검색창에 "Sinagot”라고 입력했는데 영문으로 된 이런 저런 정보보다 이미지 정보가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 이미지 중에서는 시나고의 모형 이미지가 무척 많았고 그 이미지들을 보고서야 내가 완성했다 생각했던 모형은 정교한 완성작이 못 된다는 것을 알았다.
디테일한 부품은 생략되었고 리깅은 대충 흉내만 낸 모델이었던 것이다. 하기야 길이 10m 남짓한 배를 60분의 1로 축소시킨 소형 모형 키트가 정교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그러나 모형 제작이라는 것은 실물을 축소된 형태로 얼마나 정확히 재현해 내느냐가 핵심인데 정확히 재현한 모델을 눈으로 확인했으니 그래도 보는 눈은 있어서 내 모델은 모델인데, 모델 같지 않은 모델이 되어버린 꼴이 아닌가? ‘어차피 심란한 심사나 달래자며 만든 값싼 소형 프라모델이니 어쩔 수 없다’와 ‘그래도 시작했으니 최대한 제대로 만든다’ 사이에서 갈등 때리다가 결국 후자로 마음을 굳혔다, 그래도 보는 눈은 있어서. 이미 접착된 돛을 해체하고 실로 재현한 밧줄을 싹둑싹둑 잘라냈다. 애초 간략하게 재현된 모델이라 정교한 부품이 있을 리 없고, 없는 것을 정교하게 만들자니 결국 부품을 내가 만들 수 밖에 없었다. 범선 모델의 엑기스는 밧줄 재현과 그 밧줄에 연결된 도르래인데 정교하게 재현된 모형 사진을 보니 도르래 열 한 개, 좌현 우현 한 쌍이니 스물 두 개, 도르래 하나에 밧줄이 앞뒤로 여섯 가닥이니 수십 가닥의 실을 자르고 붙이고 해야 했다.
그리하여 주말 이틀 저녁을 홀딱 실 자르고 붙이는데 쏟아 붇고 말았는데 이 어처구니 없는 작업을 하며 내가 이러려고 모델 만드나 싶은 자괴감이 들었을 뿐 더러 눈도 침침하고 손놀림도 굳어 내 생각만큼 제대로 만들어 진 것 같지도 않고 개조 전과 별 차이도 없어 보였다. 접착제 얼룩이 덕지덕지 붙어 망가진 도색을 덧칠로 보정한 다음 서재 책장 위에 얹어 놓고 잠을 청했는데 잠결에 화장실 다녀오다가 서재 불을 켜고 시나고를 다시 한번 쳐다본 까닭은 자괴감 때문인지 이제 드디어 미완의 대작 커티샥(Cutty Shark)에 도전해볼 의지를 다지고 싶었던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직도 나는 여전히 마음의 갈피를 쉬 다잡지 못하고 모형 범선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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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시나고를 소개하는 위키사전을 번역한 글인데 프랑스어를 구글 번역기로 영어로 번역하고, 그것을 짧은 영어로 내가 한글 번역한 것이라 오역이 있을 수 있다.
소형 범선 시나고는 프랑스 동부 모르비앙만의 큰 도시 반 인근 항구 세네(Séné)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반에서 퀘브롱만까지, 벨일에서 빌렌강까지 시나고는 년 중 연안 어로와 피네(Pénerf)강의 굴 채취, 특히 19세기 말까지는 연안 화물 운송에도 이용되었으며 여름에는 어부들과 그 가족들이 선상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시나고 갑판 위에는 노 젖는 소형 보트가 실렸으며 물에 잠기지 않는 부분, 즉 수면에서부터 선체 꼭대기까지 높이가 1.5m 길이 약 10m 폭이 3m에 선미 부분이 매우 날렵하고 튼튼한 선체를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시나고에는 통짜로 만든 두 개의 기둥에 돛이 두 개 매우 높게 얹혔는데 뒤쪽 돛이 앞쪽 것보다 크다. 앞 쪽 세 번째 돛은 탈부착 가능한 삼각 돛이다. 시나고는 연안 바다 항해에 적합해서 매우 빠르고 해변 어디에나 배를 댈 수 있으며 중국 범선인 정크를 닮은데다 황토색 빛깔의 돛 때문에 멀리서도 쉽게 알아 볼 수 있었다. 돛은 동물성 수지와 으깬 나무 껍질을 섞어 무두질을 해서 만들었으며 돛의 색깔은 지역에 따라 심지어 항구마다 달랐으나 선체는 어디서나 코르타르를 칠했다. 1947년부터 시나고에 돛 대신 엔진이 달리기 시작했는데 현재 돛단배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유일한 시나고는 레 투르와 프레르(Les Trois Frères)호, 즉 삼형제호로 1943년 건조 되었으며 1985년에 역사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이후 몇 대의 시나고가 새로 건조 되거나 원형 형태로 복원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