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14.

 

한강에서 자전거 타는 아저씨와 바이시클 라이더의 차이는 기후 조건이 열악할 때라도 자전거 타기를 즐기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그 차이다. 폭염 아래 혹서기에도, 엄동설한의 혹한기에도 자전거 몰고 밖으로 나오는 자, 그가 바로 진정한 바이시클 라이더다. 내 일찍이 하나의 진정한 바이시클 라이더를 자처해왔거니, 자전거 타기에 날씨가 사납다는 예보를 보고서도 자전거를 몰고 아파트 현관을 빠져 나왔는데 나와보니 바람 초속 8m 기온 영하 4도, 도저히 자전거 탈 상황이 아니라서 자전거 몰고 동네 한 바퀴 찔끔 돌다가 누가 볼 새라 잽싸게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리하여 오늘 부로 바이시클 라이더는 진정 즐기는 자, 그들을 위해 양보하고 나는 속절없이 자전거 타는 아저씨로 남기로 했다. 추운 날 자전거 안장에서 내려온 아저씨가 택할 수 있는 야외 활동은 근린공원 산책이 고작이다. 옷 갈아 입고 개화산으로 산책 나갔다. 챙겨 나간 보온병 속 뜨신 물 꺼내 커피 한 잔 타 마시며 구청에서 마련해놓은 흔들 의자에 앉아 개화산에서 내려다 보는 한강 하구와 방화대교, 행주산성 그리고 먼 북한산 일대는 장관이다. 산책로 따라 개화산 설렁설렁 한 바퀴 돌아 집으로 돌아오는 엄동의 겨울 오후, 햇살 아래 천연 드라이 플라워가 되어 버린 지난 가을의 들꽃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른 들꽃 위에 곧 흰 눈꽃이 앉으리라. 계절은 또 그렇게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아재의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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