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는 동요 보다 그때는 유행가라 했던 가요를 더 좋아했다. 내가 좋아하던 가수 중에 김태곤이라는 가수가 있는데 그 분이 부른 「망부석」은 어린 우리들마저 "간만에 울던 야시 날이 밝아 찾아보니"로 개사해서 부르던 그야말로 불후의 명곡이었고 뭔가 어울리지 않는 듯 하면서도 은근한 중독성을 뽐내던 「행글라이더」라는 노래 역시 잊지 못할 명곡 중 명곡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내게 김태곤의 명곡은 「송학사」라는 노래다. 지금 내 가요 폴더에 「망부석」은 없어도, 「행글라이더」는 없어도 「송학사」는 굳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노래를 들을 때 마다 송학사라는 절이 대체 어디 있는 절이기에 가수이자 곡을 만든 김태곤의 가슴을, 그리고 그 노래를 듣는 내 심금을 울리나 한다.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이종구라는 분의 작품을 봤는데 농민의 화가로 불린다는 그 분 작품 중 농민을 담은 1986년작 「서산풍물도」, 1987년작 서씨의 소, 1990년작 활목할머니, 1999년작 대지-다시 봄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2008년작 화왕산 곤룡사와 같은 해 작품 삼존불, 2015년 작품 달마산 미황사라는 작품만 눈에 들어왔다. 이쯤 되면 내게 화가 이종구라는 분은 농민 화가가 아니라 사찰의 화가, 암자의 화가가 아닌가 했다. 런던 테이트갤러리에서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와 그림쇼(John Atkinson Grimshaw) 그리고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James Abbott McNeill Whistler) - 이름들 참 길다 - 의 작품을 보면서 밤 풍경을 잘 그리는 화가야 말로 고수 중에 고수라는 생각을 했는데 명산을 등지고 앉은 산사의 달밤 풍경을 멋지게 담아낸 화가 이종구 역시 그 고수 중 한 분이 아닌가 했다.

 

화가 이종구의 작품 앞에서 모양 빠지게 나의 옛 유행가 「송학사」의 가락을 떠올지 않을 수 없어 이제야 그 송학사가 어디 있는 절인지 찾아볼 기회다 싶어 바로 핸드폰을 꺼내 네이버 지도를 검색해보니 전국에 송학사라는 이름을 가진 사찰과 암자가 무려 서른 개이고 김태곤의 「송학사」를 포스팅해 놓은 블로그 중에 어떤 이는 송학사가 김태곤의 마음에 있던 절이라 하고 어떤 분은 김태곤이 군 생활하던 시절 부대 근처에 있던 절이라 하며 알쏭달쏭한 설왕설래만 오갈 뿐 내가 좋아하는 송학사가 대체 어느 산자락에 들어 앉은 절인지 암자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이종구 화백의 작품을 보면서 다음에는 송학사라는 작품을 봤으면 좋겠다 했는데 헛된 생각이 되고 말 것 같다. 혹 내게 불후의 명곡을 남긴 가수 김태곤씨가 이 글을 보시거든 본인 노래 중의 송학사가 어디 있는 송학사인지 답 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다.

 

달마산 미황사│이종구│2015년
화왕산 곤룡사│이종구│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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