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레 뮌터의 「에스럼 호수 풍경」 베낀 그림
2018. 10.
after Gabriele Münter's View of Esrum Lake
어릴 때는 크레파스(crapas)와 그레용(crayon)을 같은 것으로 알았는데 이제야 알고보니 크레용이 넓은 뜻을 가진 것이고 크레파스는 크레용의 일종이라고 한다. 크레파스는 안료에 파라핀 같은 유성 수지를 섞어 고형화 시킨 것으로 1920년대 일본 회사가 개발하여 상품으로 내놓은 것인데 이 회사는 오늘날에도 크레파스를 생산하고 있을뿐더러 크레파스는 이 회사의 고유 등록상표라고 한다. 그래서 보통명사로 크레파스를 오일 파스텔(oil pastel)로 부르는 모양이다.
그동안 아들이 어릴 때 쓰던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다가 일부 색상이 떨어져 인터넷 쇼핑을 통해 48색 크레파스를 주문했다. 그간의 크레파스 그림이야 볼품이 없는 습작일 따름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는 잡생각 없이 오로지 그리는데 만 몰두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 즐거움을 이어가기 위해 베껴 그릴 작품을 찾아보다가 「에스럼 호수 풍경」(View of Esrum Lake)이라는 가브리엘레 뮌터(Gabriele Munter)의 1918년 작품이 마음에 들어 48색 크레파스로 재현해보았다. 그림을 완성한 후 검색해보니 에스럼 호수는 코펜하겐에서 멀지 않은 덴마크의 호수라고 한다.
이번 주말은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자전거 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들의 크레파스와 함께 했던 독일 표현주의 회화를 건너 이번 주말에는 드로잉 노트의 다음 페이지에 48색 크레파스로 피카소와 함께 큐비즘을 세운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의 작품으로 채울 작정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 내가 파스텔을 제법 잘 다루었던 기억도 있고 나이 오십 줄에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그리면 그릴수록 아크릴 물감의 유혹이 강렬해도 어쨌든 크레파스로 그릴 수 있을 때까지는 버텨볼 생각이다.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