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 "나와 마을" 베낀 그림

after  Marc Chagall  "I and the Village" 1911

2018. 11.

 

유성색연필을 사서 크레파스와 함께 샤갈(Marc Chagall)의 「나와 마을」(I and the Village)을 그려보았다. 1911년 작품으로 모마(MoMA) 뉴욕 현대 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에서 전시되고 있다고 한다. 샤갈의 「나와 마을」은 밀레의 만종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작품을 베껴 그리면서 샤갈의 이력을 검색해보니 이 사람 운빨의 끝판왕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19세기 말 유태인으로 러시아에서 태어나 20세기 초에는 러시아 혁명의 광풍을 피해 프랑스로 갔고 독일 나찌가 정권을 잡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1939년에는 미국으로 잽싸게 날아갔으며 그 사이 작품 활동을 왕성히 하여 인기 작가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다시프랑스로 돌아가 그곳에서 여생을 보냈다고 하는데 1985년 무려 아흔 일곱의 나이에 삶을 접었다니 천수까지 누린 셈이다. 좋은 부인 만나 잘 살다 상처한 후에 새 장가까지 든 것은 덤이 아니겠나 싶을 정도다. 오랜 세월 활동을 해왔으니 창작한 작품도 엄청났을 것이라 몇 해 전에는 부암동의 서울미술관에서 샤갈의 작품을 봤다.

「나와 마을」을 베껴 그리면서 생각했다. 남녀 간 사랑의 밀도를 샤갈보다 더 잘 표현해낸 화가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샤갈의 작품을 사랑하는 본질일 것이다. 「나와 마을」에도 사랑의 밀도 그 알레고리들로 충만하다. 내가 유성색연필로 샤갈의 작품을 베껴본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늦은 밤 창밖을 보며 눈 내리는 하얀 겨울의 기척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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