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함부르크 부스리우스미술관
Bucerius Kunst Forum, Hamburg, Germany

2017. 2.

파올라 모더존-베커 │금붕어 어항이 있는 정물 │1906년 │독일 부퍼탈 본-더-하이트미술관
Paula Modersohn-Becker: Stillleben mit Goldfischglas, 1906, Von-der-Heydt-Museum, Wuppertal 

독일 함부르크 부시리우스미술관 파올라 모더존-베커 전시회

Exhibition: Paula Modersohn-Becker. Der Weg in die Moderne

, Bucerius Kunst Forum, Hamburg, Germany on 19. 2. 2017

지난 2월 독일 함부르크 출장 중 함부르크시청 청사 곁에 붙어있는 부시리우스미술관 (Bucerius Kunst Forum)에서 20세기 초 활동했던, 전에 이름조차 몰랐던 파올라 모더존 베커(Paula Modersohn-Becker)라는 화가의 전시 구경했다. 관람 전에 파올라 모더존 베커라는 이름으로 검색을 해보았더니 한글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 했고 그녀가 20세기 초 독일에서 활동한 표현주의 화가 그룹에 속한다는 점만 알리고 있었다. 누구 창작물이건 회화는 모두 이미지로 표현한 것인데 표현주의라고 특정 그룹을 따로 분류하는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사전 정보 없이 관람한 파올라 모더존-베커의 작품 앞에서 든 느낌은 색감이 밝으나 차분하고 형태적으로 섬세하나 간결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설령 화가가 여성이라는 걸 모르고 전시회에 갔더라도 작품을 보면 금방 여성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겠다 싶었다. 알 수 없는 앞일에 대한 불안, 희망과 기대가 표정에 그대로 묻어나는 약간 비스듬히 거울을 쳐다보는 젊은 여성 그리고 젊은 임산부의 자화상, 어린이들 사이에 흐르는 계산 없는 친밀감을 회화로 표현해낸다는 것은 성인 남성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인 것만은 자명하다. 베이지(beige)와 오렌지(orange) 위주의 밝은 색으로 표현된 작품에는 젊은 여성의 발랄함이 묻어났다.

전시 관람 후 호텔로 돌아와 영문으로 된 파올라 모더존-베커 항목을 검색해보니 그녀는 1876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태어났고 1901년 스물다섯에 오토 모더존이라는 화가와 결혼했다고 되어 있었다. 결혼 생활을 순탄하지 못했던 것 같고 여러 해 파리에 머물며 창작을 하다가 1907년 브레멘으로 돌아와 마음 다잡고 결혼 생활에 충실하고자 아이까지 낳았는데 출산 후 며칠 지나지 않아 갑작스런 발병으로 서른하나에 삶을 접었다. 그녀를 사망으로 이르게 한 병명이 색전증이라 하는데 나로서는 설명을 자세히 읽어도 어떤 병인지 와 닿지 않았다. 어쨌거나 훌륭한 재능을 가진 화가가 출산 후 어린 딸을 남기고 안타깝게 요절한 것이다.

위키 사전에 따르면 그녀가 마티스, 피카소 등과 함께 20세기 초 모더니즘을 세상에 소개했다고 하는데 그녀가 동 시대 유명 시인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와 가까운 친교를 나누었고 그녀의 작품 중 릴케의 초상화가 꽤 유명하다는 해설을 보았다. 그녀의 사후 위대한 시인 릴케는 「친구를 위한 레퀴엠」(Requiem for a Friend)이라는 추모시를 남겼다고 한다. 파올라 모더존-베커는 남편과 함께 브레멘 인근 작은 마을 보르프스베데(Worpswede)를 모태로 하는 일단의 예술가 모임 보르프스베데그룹 일원으로 활동했다는데 예술가들을 모여들게 만든 아름다운 곳이리라. 다음 독일 행선이 정해진다면 가보고 싶은 곳이다.

전시가 열린 부시리우스미술관은 함부르크 출신 유명인사 부시리우스와 그 아내의 기부로 창립된 자이트재단(Zeit-stiftung) 소속으로 주소가 함부르크 시청 광장 라타우스마크트(Rathausmarkt) 2번지다. 1번지가 시청 청사일 것이다. 법률가, 언론인, 정치인으로 이력을 쌓아온 부시리우스가 상당 재산을 재단에 기부한 모양인데 전시 마감시간을 넘기지 않기 위해 허겁지겁 미술관에 도착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는 떡대 굉장한 독일 아줌마 앞에서 관람 티켓 끊으려 한다 했더니 이 아줌마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무료관람’이라고 했다. 전시장 내부는 때깔 좋은 독일인들로 만원이었다. 관람을 마치고 미술관 바깥으로 나오니 멀리 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안개에 덥힌 함부르크의 시내 가로등 불빛이 은근했다. 전시의 공식명칭은 『파올라 모더존-베커. 현대성으로 가는 길』(Paula Modersohn-Becker. Der Weg in die Moderne)이었다.

BGM: Heartstrings by Secret Garden

 

파올라 모더존 베커 │어깨동무를 하며 서로 안고 있는 흰색과 파란색 드레스를 입은 두 소녀│개인소장

Paula Modersohn-Becker, Zwei Madchen in weißem und blauem Kleid, sich an der Schulter umfassend, 1906, Privatbesitz

 

파올라 모더존-베커 │여섯 번째 결혼기념일의 자화상│ 1906년 │독일 브레맨 파올라 모더존-베커미술관

Paula Modersohn-Becker: Selbstbildnis am 6. Hochzeitstag, 1906, Paula Modersohn-Becker Museum

 

파올라 모더존-베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초상화 │1906년 │개인소장품 임차

Paula Modersohn-Becker: Bildnis Rainer Maria Rilke, 1906, Leihgabe aus Privatbesitz

 

파올라 모더존-베커 │금붕어 어항이 있는 정물 │1906년 │독일 부퍼탈 본-더-하이트미술관

Paula Modersohn-Becker: Stillleben mit Goldfischglas, 1906, Von-der-Heydt-Museum, Wuppertal

 

파올라 모더존-베커│ 가슴으로 손을 내민 소녀의 초상화│ 1905년경 │독일 부퍼탈 본-더-하이트미술관

Paula Modersohn-Becker: Madchenbildnis mit gespreizter Hand vor der Brust, um 1905, Von-der-Heydt-Museum, Wuppertal

 

파올라 모더존-베커│ 손을 뺨에 댄 왼쪽으로 비스듬한 자화상│ 1906년 여름 │개인소장

Paula Modersohn-Becker: Selbstbildnis nach halblinks, die Hand am Kinn sommer, 1906, privatbesitz

 

파올라 모더존-베커│ 자작나무 숲에서 고양이를 안고 있는 소녀│ 1904년경 │독일 브레멘 파올라 모더존-베커 미술관

Paula Modersohn-Becker: Mädchen im Birkenwald mit Katze, um 1904, Paula Modersohn-Becker Museum, Bremen

 

파올라 모더존-베커│ 옥수수 밭 앞 자작나무 가지에 선 소녀│ 1904 │독일 브레멘 파올라 모더존-베커 미술관

Paula Modersohn-Becker: Mädchen am Birkenstamm vor Kornfeld, 1904, Paula Modersohn-Becker Museum, Bremen

 

파올라 모더존-베커│ 자작나무 앞 풍경│ 1901년경 │독일 브레멘 파올라 모더존-베커 미술관

Paula Modersohn-Becker: Birkenstamm vor Landschaft, um 1901, Paula Modersohn-Becker Museum, Bremen

 

파올라 모더존-베커│ 자작나무 가지│ 1901년경 │독일 브레멘 개인소장

Paula Modersohn-Becker: Birkenstämme, um 1901 Privatbesitz, Bremen

 

파올라 모더존-베커│ 흰 셔츠를 입고 앉은 소녀와 옷을 벗은 소녀│ 1906 │독일 브레멘 파올라 모더존-베커 미술관

Paula Modersohn-Becker: Sitzendes Mädchen im weißen Hemde und stehender Mädchenakt, 1906 Paula Modersohn-Becker Museum, Bremen

 

파올라 모더존-베커│ 흰 드레스와 파란 드레스를 입고 있는 두 소녀│ 1906 │미국 밀워키미술관

Paula Modersohn-Becker: Zwei Mädchen in weißem und blauem Kleid, 1906, Milwaukee Art Museum

 

파올라 모더존-베커│ 자작나무 가지에 서 있는 두 소녀│ 1906 │독일 브레멘 파올라 모더존-베커 미술관

Paula Modersohn-Becker: Zwei Mädchen an einem Birkenstamm stehend, um 1902 Paula Modersohn-Becker Museum, Bremen

 

파올라 모더존-베커│ 돈키호테│ 1900 │독일 브레멘 파올라 모더존-베커 미술관

Paula Modersohn-Becker: Don Quichote 1900, Paula Modersohn-Becker Museum, Bremen

 

파올라 모더존-베커│유리공과 앉아있는 드리빈│ 1903 │독일 베를린 개인소장

Paula Modersohn-Becker: Sitzende Dreebeen mit Glaskugel, 1903, privatbesitz, Berlin

 

파올라 모더존-베커│해바라기 앞에서 빨간 드레스를 입은 소녀│ 1907 │독일 피셔후테 오토 모더존 미술관

Paula Modersohn-Becker: Mädchen in rotem Kleid vor Sonnenblume, 1907, Otto-Modernsohn-Museum Fischerh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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