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반호프 베를린국립현대미술관
Hamburger Bahnhof, Museum for Contemporary Art, Berlin
2017. 2. 17.
전에 본 미술 다큐멘터리에서 인터뷰어가 인터뷰이인 유명한 미술품 컬렉터에게 당신이 미술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뭐냐 물으니 자신은 뭔가 신경을 건드리는 작품이 아니면 쳐다보지 않는다고 말하는 장면이 기억에 있다. 나는 뭔가 신경을 건드리는 작품은 쳐다보지 않는다. 내게 미술에 대한 안목 따위가 있기나 한가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런 게 있다면 그게 바로 미술 작품을 대하는 유명 컬렉터와 나의 안목 차이일 것이다.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 해변의 해수욕 │베를린국립미술관
Ernst-Ludwig Kirchner, Badende am Strand, 1913, Staatliche Museen zu Berlin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Ernst Ludwig Kirchner)라는 독일 화가가 있다. 1880년에 태어났으니 20세기의 시작과 함께 한창 왕성한 작품활동을 했을 것이다. 그의 작품 중 「모자를 쓴 서 있는 누드」라는 작품을 책에서 봤는지 아니면 어느 전시에서 봤는지 기억 나지 않지만 나의 신경을 건드리는 작품이라 자세히 보지 않았어도 화가 이름과 작품 제목이 기억나는 것을 보면 어떤 설명할 수는 이유로 그의 작품이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것 같다.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 목욕하는 두 여인 (피만에서) │ 베를린국립미술관
Ernst-Ludwig Kirchner, Zwie Badende (Fehmarn), 1912, Staatliche Museen zu Berlin
베를린 여행을 계획하다 우연히 베를린국립현대미술관에서 키르히너 작품 전시가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베를린으로 갈까 말까 고민 중이었는데 억지로라도 베를린으로 가야 하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서 키르히너 전시 관람을 끼워 넣었다. 위치가 베를린중앙역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라 몇 군데 베를린 랜드마크들을 찍은 후 함부르크로 돌아가기 전 시간 넉넉하게 잡아 기차표를 끊어두고 여유 있게 작품을 관람할 계획을 세웠다.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 쾰른에 있는 라인강 다리 │ 베를린국립미술관
Rheinbride in Köln, Ernst-Ludwig Kirchner,1914, Staatliche Museen zu Berlin
베를린장벽기념관, 부란덴부크 문, 제국의회 라이히슈타크 건물을 구경하고 다시 베를린중앙역으로 돌아와서 두 시간 정도 여유 잡고 발권기에서 함부르크로 돌아가는 고속열차 발매를 몇 차례 시도했는데 도무지 티켓을 끊을 수 없었다. 먼 곳에서의 여행은 언제나 이런 사소한 돌발상황의 연속이다. 심호흡 크게 한번 하고 다시 발권기 안내문을 찬찬히 읽으니 내가 예매하려던 시간대의 기차가 출발할 지 안 할지 지금으로서는 확인되지 않아 발권 잠정 중단이라 한다. 그렇구나, 당일 기차가 출발할 지 안 할지 알 수 없는 독일도, 베를린도 틀림없는 유럽이구나 했다.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 베를린 벨 얼라이언츠 거리 │ 베를린국립미술관
Der Belle-Alliance-Platz in Berlin, Ernst-Ludwig Kirchner, 1914, Staatliche Museen zu Berlin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니 다행히 예매가 되었다. 대신 키르히너 작품 관람 시간을 줄여야 했다. 구글맵 상으로는 역에서 미술관까지 300m 거리였는데 걸어가는데 갑절은 걸렸다. 역사가 좀 커야 말이지. 가는 길에 보슬보슬 겨울비가 내렸다. 미술관의 건물 이름은 함부르크역(Hamburger Bahnhof) 베를린국립현대미술관인데 처음부터 베를린에 왜 뜬금없이 함부르크역미술관인가 싶었다. 알고 보니 이름처럼 미술관은 19세기말 기차역으로 세워졌다 금방 용도를 다하여 미술관이 되었다가 독일 분단 후 서독 땅이었으나 동독의 관리를 받다가 등등 독일 현대사만큼이나 복잡한 유전을 겪은 건물에 자리잡고 있었다.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 베를린 포츠담 거리 │ 베를린국립미술관
Ernst-Ludwig Kirchner, Postdarner Platz, 1914, Staatliche Museen zu Berlin
함부르크 반호프 베를린국립현대미술관 건물은 내가 아는 여느 유럽의 미술관 건물처럼 근사했다. 여유로운 기분으로 작품들을 감상하기에 딱 좋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관람객 사이에서 신경 건드리는 키르히너의 작품을 감상했다. 그런데 작품을 보며 신경 건드린다는 생각보다 왜 알프스의 눈을 분홍색으로 표현했을까 또는 쾰른의 라인강 다리와 대성당을 왜 저런 모양으로 묘사했을까 궁금했다 . 그때 가만 생각해보니 키르히너의 작품들이 달리 이유가 있어 신경 건드렸다기 보다 생각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신경 건드린다 느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프라우엔키르히의 겨울 │ 베를린국립미술관
Ernst-Ludwig Kirchner, Frauenkirch im Winter, 1918/1919, Staatliche Museen zu Berlin
유럽에서 우리나라 사람은 왜 그렇게 금방 내 눈에 들어올까? 키르히너의 작품 관람 중 전시장내에서 백퍼 우리나라 젊은 여성 한 분을 봤다. 말 걸지 않아도 안다. 형광색 뉴발란스 운동화, 음침한 유럽의, 베를린의 겨울에도 아랑곳 없이 머리 위에 얹은 명품 선글래스 그리고 전시 작품을 폰카에 담는 찰칵 찰칵 카메라 촬영음, 말을 더 붙일 필요가 뭐 있겠는가? 저 젊고 아름다운 나이에 베를린에서 키르히너 작품 관람이라, 부러웠다. 세련되어 보이나 부조화한 그 옷차림만 빼고.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 두 명의 누드가 있는 풍경 │ 베를린국립미술관
Ernst-Ludwig Kirchner, Zwei weibliche Akte in Landschaft 1921, Staatliche Museen zu Berlin
관람을 끝내고 미술관을 나와 베를린중앙역으로 뛰듯 걸어가는데 이미 사위는 어둑하고 빗방울은 더욱 세차게 흩날렸다. 베를린을 관통하여 흐르는 슈프레 강물 위에 베를린의 가로등 불빛이, 베를린중앙역의 환한 조명이, 빗방울이 떨어져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베를린 서쪽 외곽 슈판다우에서 슈프레강은 하펠강과 만나고 하펠강은 엘베강과 만나 함부르크를 지나 북해로 흘러간다. 날 좋을 때 베를린 슈프레강과 하펠강의 합류지점 그 풍경이 그렇게 아름답다지. 하긴 날 좋으면 아름답지 않은 곳이 서유럽에 어디 있을까만.
함부르크 반호프 베를린국립현대미술관
Hamburger Bahnhof, Museum for Contemporary Art, Berlin
2017. 2. 17.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전시: 『상형문자』 독일 베를린 함부르크 반호프 국립현대미술관
Exhibition - Ernst Ludwig Kirchner: Hieroglyphics Hamburger Bahnhof, Museum for Contemporary Art, Berlin on 17. 2. 2017
BGM - Beethoven: Romance No 2 in F Major Op 50 by Geneva Lewis
1.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 해변의 해수욕 │베를린국립미술관
Ernst-Ludwig Kirchner, Badende am Strand, 1913, Staatliche Museen zu Berlin
2.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 목욕하는 두 여인 (피만에서) │ 베를린국립미술관
Ernst-Ludwig Kirchner, Zwie Badende (Fehmarn), 1912, Staatliche Museen zu Berlin
3.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 세 개의 인물상을 가진 의자 │ 베를린국립미술관
Ernst-Ludwig Kirchner, Stuhl mit drei Figuren, die den Sitz stützen, 1920, Staatliche Museen zu Berlin
4.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 쾰른에 있는 라인강 다리 │ 베를린국립미술관
Ernst-Ludwig Kirchner, Rheinbride in Köln, 1914, Staatliche Museen zu Berlin
5.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 베를린 벨 얼라이언츠 거리 │ 베를린국립미술관
Ernst-Ludwig Kirchner, Der Belle-Alliance-Platz in Berlin, 1914, Staatliche Museen zu Berlin
6.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 베를린 포츠담 거리 │ 베를린국립미술관
Ernst-Ludwig Kirchner, Postdarner Platz, 1914, Staatliche Museen zu Berlin
7.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 프라우엔키르히의 겨울 │ 베를린국립미술관
Ernst-Ludwig Kirchner, Frauenkirch im Winter, 1918/1919, Staatliche Museen zu Berlin
8.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 들꽃과 고양이 │ 베를린국립미술관
Ernst-Ludwig Kirchner, Wiesenblumen und katze, 1931/1932, Staatliche Museen zu Berlin
9.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 두 명의 누드가 있는 풍경 │ 베를린국립미술관
Ernst-Ludwig Kirchner, Zwei weibliche Akte in Landschaft, 1921, Staatliche Museen zu Berlin
10.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 아틀리에의 모퉁이 │ 베를린국립미술관
Ernst-Ludwig Kirchner, Atelierecke, 1920, Staatliche Museen zu Berlin
11.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 팔을 들어올린 앉아 있는 누드 │ 베를린국립미술관
Ernst-Ludwig Kirchner, Sitzender Akt mit erhobenen Armen, 1920, Staatliche Museen zu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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