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베르메르 │우유 따르는 여인 │ 1657년경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국립미술관

 

Johannes Vermeer │ Het Melkmeisje │ Rijksmuseum in Amsterdam, the Netherlands

 

암스테르담에 와 있던 영국 대사 윌리엄 템플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단 한 푼의 구전(口錢)을 남기려고 목숨을 거는 자들”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상인들의 식탁에는 소금과 식초에 절인 생선 한 토막과 야채 몇 잎이 전부였다. 이처럼 자신이 먹는 먹거리에는 더없이 검소했지만, 알고 보면 집안 창고 가득 값진 향신료를 쌓아두고 사는 숨은 알부자들이 바로 네덜란드 사람들이었다. 비단 시장을 독점해서 몽땅 프랑스에 수출하면서도, 막상 자기 집 딸아이 시집가는 혼수에는 비단은커녕 싸구려 옷감만 달랑 얹어 보내는 왕 구두쇠들이었다. 암스테르담을 여행했던 오웬 펠덤은 달걀 껍데기 한 조각도 버리지 않고 알뜰하게 챙겨둘 만큼 지독한 근검주의자들이라고 네덜란드 사람들을 회고했다. 외국인들은 네덜란드 사람들의 이런 이중적인 생활 태도를 부러움과 시기가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정작 네덜란드 사람들은 다른 이들이 자기네들을 어떻게 보든 상관하지 않았다. 까짓 것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남이야 어떻게 보든 신경 쓸 일이 뭐 있겠느냐는 태도였다.

토마스 다비트 작 『렘브란트』(Rembrandt: Belsazar)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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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대 네덜란드 회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걸작들 속에서 내가 아는 사람들의 모습, 심지어 못생긴 나를 닮은 모습조차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국립미술관에서 이 지독한 왕구두쇠들이 그리고 거래한 명작을 직관하고 크게 감동했다.

그리고 「우유 따르는 여인」 앞에 섰을 때 회화가 아니라 마치 양각이 된 듯하고 흰색 우유가 쪼르륵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듯 해서 놀랬다.

네덜란드의 왕 구두쇠들은 이 명작들을 내 카메라에 담아 가는데 전혀 인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들의 선조들은 시큼한 생선 한 토막 올린 밥상 머리를 장식할 이 근사한 그림들을 그리고 거래하는데 전혀 인색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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