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레 뮌터 "바람과 구름" 베낀 그림
after
Gabriele Munter "Wind und Wolken" 1910
2018. 10.
집안 정리를 하다 아들 방에서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쓰던 크레파스 박스를 발견했다. 수능 공부 중인 아들은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술 영역에 전혀 관심이 없다. 이제 쓸모 없는 것이니 크레파스를 과감하게 쓰레기통에 던질까 하다가 뭔가 아쉽다는 생각에 아들의 크레파스를 서재로 가져와 금요일 늦은 밤 아들의 크레파스로 드로잉 노트에 그림을 그렸다.
얼마만의 그림인가? 고등학교 1학년 이후 한번도 채색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다. 한편으로 그 이후에도 언젠가는 그림을 그리겠다는 생각을 늘 마음에 품고 있었던 것 같다. 30여 년 막연하게 마음 속에 품고 있던 희망을 이제 아들이 더 이상 쓰지 않는 크레파스로 엉성하게 실현해본 것이다.
게발새발 완성해놓은 그림을 보며 그 막연한 언젠가를 위해 영국에서 산 캔버스며 아크릴 물감 그러나 귀국 후 포장도 뜯지 않고 그대로 창고 안에 넣어 버린 것들을 꺼내 볼까 고민했다. 오늘 토요일 과한 운동을 하고 돌아와 서재에 놓인 어제 밤의 못 그린 그림을 보는데 격한 운동을 한 뒤라 몸이 무거워 오늘 창고 문을 열지 못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