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3년 전 읽었는데 반쯤 읽다가 뭐랄까 불편하다는 느낌 때문에 덮어버렸다. 그것은 아마 『채식주의자』를 읽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되었다는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회화 작품을 보는 기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채식주의자』의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는 뉴스를 봤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회화 작품처럼 한강의 소설도 내가 감상할 수 있는 영역 너머에 있는 작품이니 노벨문학상이라는 엄청난 영광을 차지한 것이 아닌가 한다. 한편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는 『설국』(雪國)이라는 소설로 1968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는데 옛날 고등학교 시절에 세계단편소설선집 같은 문고판책으로 『설국』을 읽은 기억으로는 뭐 이런 소설이 노벨문학상 감이냐 싱거워했던 기억도 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부터 54년 세월이 흘러 우리나라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탄생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스웨덴어로, 영어로 소설을 집필하지 않았을 것이고 결국 노벨문학상 수상은 번역 실력까지 포함한 그 나라의 역량이 만들어 내는 것일 텐데 그리고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우리나라가 이제 그만한 역량이 되는 나라라는 의미일 텐데 요즘 매일 짜증만 유발하는 뉴스만 접하다가 이 좋은 뉴스를 보고 듣고 있는데도 마냥 기쁘고 신나지만은 않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시국 참 어렵고도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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