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우나기』(うなぎ)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는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영화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짠해진다. 이 영화로 사랑을 배웠다고 말함은 지나친 공치사가 될까 싶지만 『우나기』를 보며 사랑하며 산다는 것의 의미를 그제야 조금은 엿본 듯 한 느낌이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으나 바람피운 아내를 치 떨리는 배신감에 처참하게 살해한 야마시타는 8년 만에 가석방 되서 치바현의 강변에 조그만 이발소를 차리게 된다. 감옥에 있을 때 우연히 채집한 우나기 한 마리를 출옥할 때까지 가지고 온 이유는 우나기가 그의 유일한 대화 상대이기 때문이다. 가석방된 그의 보호관찰자인 대처승 나카지마 지로와 그의 아내, 배 목수 다카다를 비롯 그의 주변에는 좋은 이웃이 많지만 야마시타는 좀처럼 세상에 대해서 마음을 열지 못한다. 야마시타는 자신이 키우고 있는 우나기에게 줄 먹이를 구하러 나섰다 우연히 자살하려던 여자 케이코를 구해 준다. 자살을 결행할 정도로 마음의 상처를 지닌 케이코도 회복 후 대처승 나카지마와 그 아내의 호의를 입고 야마시타의 이발소에서 함께 일하게 되며 안정을 되찾는데 야마시타의 따뜻한 배려를 경험하며 그에게 애정의 느끼게 되지만 과거의 사슬에 얽매여 오직 우나기에게만 속마음을 뱉어내는 야마시타의 마음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야마시타의 마음도 조금씩 그녀에게 끌려갈 무렵 그의 감옥소 동료가 나타나 과거를 폭로하고 케이코의 애인이었던 토지마도 이발소로 찾아오는 등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정신병원에 있는 엄마의 돈을 토지마가 노린다는 것을 안 케이코는 토지마의 회사에서 엄마의 돈을 빼내오고 급기야 토지마는 불량배들을 이끌고 이발소로 돌아 닥쳐 패싸움이 일어나고 소동 중에 케이코의 임신사실도 밝혀진다. 가석방 신분인 야마시타는 이 패싸움에 몰려 가석방이 취소되어 다시 수감되는 위기에 몰리지만 여러 사람들의 배려로 석방된 후 조그만 목선을 타고 배 목수 다카다와 함께 우나기 잡이를 다니며 야마시타는 다카다로부터 우나기의 생태를 전해 듣는다. 죽을힘을 다해 적도의 심해에서 알을 뿌려놓는 암컷 우나기와 그 뒤를 따라와 정액을 뿜어내는 수컷 우나기는 번식을 끝으로 생을 마감하지만 생명의 존귀함을 깨달은 야마시타는 임신한 케이코를 품는다.

2년 전 즈음에 소장 욕심이 있어 『우나기』의 DVD를 구해다 한번 보고 밑자리 치워둔 것을 오늘 다시 보았는데 짠한 마음 그때 그대로였다. 얼마 전 동네 비디오 가게의 안쪽 모퉁이 랙에 꽂혀 있는 것을 보았는데 1997년 칸느영화제 그랑프리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고 따로 태그를 붙여 놓으면 제법 대여가 되지 않을까 했다. 영화 댓글에  "★★★★★ 내 생애 잊지 못할 걸작!"라는 코멘트가 있다. 내 생각도 그렇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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