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 보기에 시간도 마땅찮고 볼만한 영화도 찾기 쉽지 않다. 그래도 이번 주말에는 영화 한 편은 보자 하여 어렵게 고른 옛 영화 한 편이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이었다. 검색을 해봤더니 "안 되는 영화인줄 알면서도 시장에 내어 놓은 그 용기와 자신감에 박수를 ... "이라는 추천사가 보여 그것에 마음이 동했을 것이다.

 

잘생긴 총각이 있다. 동네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다. 따뜻한 마음까지 가졌으니 요즘 말하는 훈남이다. 예쁘게 생긴데다 동대문 상가에서 짝퉁 의상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를 운영하는 처녀가 있다. 이 처녀, 따뜻한 마음을 가진데다 악착같이 생활하는 또순이라 결혼 상대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났으니 게다가 서로 삘이 꽂혔으니 만난 그날로 속궁합까지 맞춰보고 그대로 결혼 준비기간을 감안해서 한 석 달 만에 웨딩 마치를 올릴 수 있는 조건은 완벽했다.

 

하지만 그래서는 스토리가 안되고 영화가 안 된다. 영화의 포스터처럼 어디 둘만 좋다고 결혼이 되던가? 흔한 말처럼 결혼은 현실이고 현실은 엄연하다. 그래도 이 엄연한 현실을 헤치고 두 사람은 끝내 다시 합쳐지니 내가 좋아하는 해피 엔딩으로 끝을 맺는 멜로 드라마의 격은 모두 갖추었다. 그러니 이 영화에 내가 어찌 별 다섯 개를 얹지 않을 수 있겠는가? 두 남녀가 우여곡절을 거쳐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선에서 영화가 끝을 맺었다. 어쩌면 영화가 막을 내리고 현실에 남겨진 두 사람은 그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끝내는 헤어질지 모른다. 그래서 어찌 보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 사람들, 상대방이 가진 현실적 제약을 받아들이고 다시 말해 사랑할 때 상대방이 하는 말을 받아 들이고 그래서 사랑하기 때문에 기꺼이 결혼을 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가 되는 것이다.

 

영화 보시고 이런 사람들도 있으니 세상의 그리고 내 주변에 너무 흔한 노총각, 노처녀들이여 오직 사랑으로 결혼하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의 제목은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인데 사실 내용은 "결혼을 생각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에 훨씬 가깝다. 다만 영화 제목은 '사랑을 할 때'라고 해놓고 실제 내용은 '결혼을 생각을 할 때'를 주로 그리고 있으니 영화가 남기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사랑하고서 그래야 결혼을 생각하라는 게다. 오랜만에 취향저격한 좋은 영화봤다. 2007

'○ 옛날 영화를 보러가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나기  (0) 2024.07.11
불의 전차  (0) 2024.07.09
립스틱이 전하는 말  (0) 2022.09.19
아마도 그건, 맘마미아  (0) 2022.09.19
변호인과 돼지국밥  (0) 2022.09.1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