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31.
유튜브 맛집 추천 영상에서 이 집 상호 「방아다리감자국」을 본 순간 그 상호 때문에 이 집은 꼭 가서 한 뚝배기 해조야 한다는 결심이 생겼다. 지체 없이 즐겨찾기 목록에 올려 뒀고 올 시월의 마지막 날 오늘 방아다리감자국 한 뚝배기 했다.
방아다리 감자국은 아이 주먹만 한 감자 한 덩어리가 들어있는 것 말고는 우리가 뼈다귀해장국으로 알고 있는 바로 그 음식이라서 처음에는 뭐 이까짓 걸 먹겠다고 종로5가까지 왔나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 늦가을에 땀까지 삐질 삐질 흘리면서 뚝배기 위에 얹힌 시래기 건져 먹고 젓가락 열심히 쑤셔가며 뼈다귀에 붙은 돼지고기 살점 파먹으면서 이런 걸 먹으려면 종로5가까지 와야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집도 그 집처럼 오직 한 가지 메뉴, 한 놈만 패는 요식업계의 파이터다. 손놈이 와도 뭐 드실 거냐 묻지 않는다. 오직 대가리 수만 헤아릴 뿐이다.
물경 30년 전 지잡대 졸업하고 턱걸이 하듯 서울에 취직해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때 직장 회식 메뉴로 감자탕이란 걸 처음 접하고 서울 사람들은 이런 걸 처먹는구나 일단 놀랬고 그게 너무 맛나서 또 놀랬다. 방아다리감자국이 내가 아는 서울의 감자탕, 뼈다귀해장국의 원조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FM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억으로 부산에서는 돼지 뼈다귀 파는 음식점이 없었는데 부산에서는 대지국밥, 아니 돼지국밥이라는 경쟁재의 위세가 워낙 압도적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방아다리감자국은 가게 오픈하며 그날 준비한 재료가 다 떨어지면 가게 문 닫는다니 점심 시간 지나서 찾아가면 못 사먹을 수 있다고 한다.
좌식까지 포함해 4인 테이블 딱 6개라 한 가지 메뉴만 취급하는 밥집 특성 상 회전이 빠르기는 하나 대기는 필수고 특히 일행이 여럿 일수록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방문 전 고려할 사항이며 합석에 거리낌이 없다면 혼밥족이 자리 차지하기는 오히려 편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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