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집해장국
2023. 10. 13.
오늘 점심은 바로 그 집, 수원종합운동장 남문 앞 그집해장국에서 뼈다귀해장국 한 뚝배기다. 일찍이 국밥충 꼰대 할재들 사이 명성이 자자한 그 집에서 한 뚝배기 영접하고 싶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그 집 검색을 해보니 수원종합운동장 축구장의 조기축구회원들에게 아침 밥 팔아 명성을 쌓았다는 글이 보였다. 그 집 찾아가는 길, 인조잔디가 깔린 축구장에는 조기 축구가 아니라 낮 축구가 한창이었고 축구장 벤치에는 축구 유니폼 입은 꼰대 한 마리가 감출 수 없는 똥배를 내민 채 담배를 뽀꿈뽀꿈 피고 있었다.
오후 1시, 피크를 넘긴 점심시간이었으나 그 집의 명성은 허언이 아님을 입증하듯 도착하고 보니 내 앞에 두 팀 대기를 타고 있었고 업장 안을 살짝 살펴보니 4인 테이블이 대충 6개 정도로 보였다. 나와 같은 혼밥족 포함 최대 6팀만 한 번에 식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니 대기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20분 정도 기다린 끝에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데 그 집 메뉴는 뼈다귀해장국 오직 한 가지라서 주문은 하나요, 둘이요 식으로 끝이다. ‘한 번도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 그 집 해장국 7,000원’이라고 써 붙여 놓은 차림표 아닌 차림표를 보니 오직 한 놈만 팬다는 요식업계의 진정한 파이터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그 집 뼈다귀해장국은 된장 베이스에 우거지를 잔뜩 넣은 우리 어디서나 사먹는 그런 해장국이었다. 다만 젓가락을 이리저리 쑤셔가며 돼지뼈에 붙은 살을 발라 먹으면서 든 생각은 아니 이게 돼지고기가 맞나 싶게 기름기 1도 느껴지지 않았으니 그 집이 아닌 다른 집 뼈다귀해장국처럼 뼈다귀탕인지 들깨탕인지 싶게 들깨 가루를 떡칠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김치도 산 김치 아니고 업소에서 담근 김치임에 틀림없었다. 뭐라는 사람은 없지만 그저 내 스스로 찔려 이렇게 국밥집에서 식사 할 때면 밥은 반 정도 넘기는 편인데 그 집 해장국 먹다가 좋은 쌀로 맛있게 지어 낸 밥, 전부 해장국에 말아 드링킹하고 싶은 충동이 생겨 참느라 혼났다.
그 집에서 뼈다귀해장국 완뚝하고 포만감에 실내를 찬찬히 살펴보니 벽에 붙은 ‘주일은 쉽니다’라는 문구가 보이고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 ’ 어쩌고 라는 문구도 보였다. 업주가 교회 욜씨미 다니는 분이라는 뜻이리라. 종교가 문제인가? 그저 종교를 빙자해 지 사욕을 채우려는 못된 인간들이 지랄하고 자빠졌을 뿐, 열심히 교회 다니는 선한 양들은 열심히 국밥을 팔 뿐이다. 오랜 만에 잡설 잔뜩 채울 이야기 거리가 보이는 노포에서 점심 맛나게 먹고 왔는데 거리가 멀어서 다시 그 집 앞을 오갈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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