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인계동 유치회관

2023. 11. 23.

 

도축한 소 내장인 양과 응고된 소 피 선지의 조합, 이른바 양선지해장국 수원 맛집 북문유치회관에서 작년 가을에 해장국 한 뚝배기 잘 먹었고 1년 여 만에 오늘은 수원 인계동, 업소 주장 ‘본점’ 유치회관에서 해장국 한 뚝배기 영접했다. 본점 유치회관에 붙은 안내문에 따르면 북문유치회관은 자신들과 무관하다 하므로, 이를테면 사쿠라 유치회관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본점 유치회관에 도착했을 때 막 정오 직전이었는데 해장국 맛집으로 요란한 명성답게 많은 사람들이 대기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서 약 30분 걸려 해장국 한 뚝배기 먹을 수 있었다. 본점 유치회관의 해장국은 된장 베이스 맑은 육수에 시래기 잔뜩 투하한 것으로 북문유치회관 해장국과 다르지 않았고 다만 북문유치회관은 고기 토핑으로 뼈다귀가 붙은 갈비살을 올렸는데 본점 유치회관 해장국을 먹다보니 두툼한 소 심줄 스지가 씹혔다. 호불호가 강하게 갈린다는 식재료 선지를 따로 낸다는 점 역시 북문이나 본점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내가 선지를 각별히 호(好)하지는 않으나 본점 유치회관 선지는 잡내 없는 꼬소한 맛으로 치지자면 지금껏 내가 먹어본 선지 중 단연 최고였다. 업소 인기와 신선한 재료 사용이라는 선순환이 만들어 낸 맛일 것이다.

해장국 먹으며 가게에 벽에 붙은 안내문을 읽으니 본점과 분당 어디 직영점만 유치회관이라고 어필하는 문구가 보였다. 북문유치회관을 깜과 동시에 프랜차이즈 장사 안하다는 부심 같은 것으로 읽혔다. 멀어서 수원 인계동, 본점 유치회관에 다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딴 데서 해장국 한 뚝배기 할 때 본점 유치회관 해장국 맛이 떠오를 것은 분명하겠다. 확실히 줄 식당은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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