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18.
이 화려한 봄날, 화백의 몸이 되어 점심 뭐 사먹을까 그런 고민이나 하고 있다. 오늘은 순대국과 설렁탕 사이 고민하다가 설렁탕 맛집으로 알려진 경기도 군포시 소재 군포식당에 가봤다.
과연 업장 입구에는 파란색 리본 스티커가 몇 개 씩이나 달려 있었고 백년가게를 인증하는 팻말도 붙어있었다. 거의 만석으로 보였으나 따로 대기를 타지는 않았고 자리를 잡고 앉아 보니 설렁탕 보통이 12,000원 특이 15,000원 특은 뭐가 달라도 다르것쥬 싶어서, 실은 서울에서 설렁탕 보통을 시키면 대개 맑은 국물에 양지 소고기 살이 애처롭게 둥둥 떠다니는 것이 눈에 보여 양 쫌 되는 아재의 몸으로 여기서도 보통으로는 도저히 요기가 안될 것 같아 특으로 시켰다. 설렁탕이 별 게 있나. 내 온 김치 깍두기 가위로 잘라 식탁에 올리고 설렁탕 특 한 뚝배기 받아 한 국물 떠 먹는데 간이 심심해 굵은 소금 살짝 쳐 먹으니 그제야 설렁탕 본연의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그 맛은 서울에서 맛 보는 설렁탕 맑은 국물이 내는 맛이 아니고 어릴 때 어머니가 밤새 고아 내놓던 곰탕 국물, 꼬릿꼬릿한 바로 그 맛이고 그 냄새였다. 설렁탕 국물은 왜 꼬릿꼬릿해야 진짜배기라고 느껴질까? 내 입맛이 아재의, 꼰대의 것이라 그런가? 설렁탕 뚝배기를 막 받았을 때는 아무리 국산에 한우에 양지를 쓴다 하나 특의 양이 이게 뭐냐 살짝 실망했는데 국물 떠먹고 밥 말아 양지 얹고 김치 얹어 먹다보니 최소한 특은 양이 적지 않은 내 기준으로 요기는 되겠다 싶었다.
어느 네이버 블로그에는 박통, 그렇다 박정희 대통령이 찾던 설렁탕 집이라 소개되어 있었다. 청와대에서 설렁탕 먹겠다고 군포까지, 역시 정력 대단한 대통령이었나 보다 했다. 이 봄에 군포까지 설렁타 사 먹으러 가본 화백은 한 뚝배기 잘 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