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가야밀면
2023. 6. 2.
밀면은 부산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어릴 때 나는 밀가루로 만든 면이라서 밀면이겠거니 생각했고 차게 먹는 면이라 냉면의 하위 보급형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정문 근처 시장통 분식 골목에서 팔던, 기름이 국물 위에 동동 떠다니고 김가루와 깨가 산봉우리처럼 얹혀있던 한 그릇 300원 짜리 밀면 맛을 나는 기억한다. 밀면은 6.25 전후 북한 피난민들이 많이 거주하던 부산에서 피난민들이 냉면을 만들기 위한 메밀 가루를 구하기 어려워서 대신 쉽게 구할 수 있던 밀가루로 면을 내고 냉면 레시피로 육수를 내어 만든 음식이라는 썰이 가장 유력하다는데 옛날에 내가 사먹었던 부산 밀면 맛은 오늘날 내가 사먹는 냉면 맛과는 별 상관이 없다.
유튜브에서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청 근처에 「부산 가야밀면」이라는 밀면집을 봤고 오늘 점심 시간에 거기 가서 물 밀면 한 그릇 사먹었다. 과연 가야밀면의 비주얼은 고명으로 얹은 계란 지단과 삶은 계란 그리고 야들한 식감의 돼지 수육까지 화려했고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소문난 밀면답게 정말 맛있게 먹었으나 아쉽게도 내가 기억하는 어릴 적 그 밀면 맛은 아니었다. 내가 기억하는 옛날 밀면 맛은 아마 소위 삐끕 구르메의 그것이리라. 가야밀면의 육수에서는 한약재 맛이 뚜렷이 베어나왔는데 이 또한 호불호가 갈릴성 싶다. 내 기준으로는 약재 맛을 조금 누그려뜨렸으면 좋겠다. 오늘은 물로, 다음번엔 비빔으로 가야밀면 한 그릇 더 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