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28.

 

지난 주말 지인들과 함께 북악산길을 따라 가벼운 산행에 나섰다. 산행은 잠깐이고 산행 끝에 술추렴에 다들 정신이 팔려서는 서촌 통인시장 골목 안에 있는 중식당에서 술이 반주인지 식사가 안주인지 모르고, 그러니 술자리인지 식사자리인지 모를 아무려나 낮술이 있고 함께하여 즐거운 자리를 가졌다. 마침 가까운 경복궁 안에 있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겸제정산화첩 전시회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터라 자리를 파한 후 술추렴에 제법 불콰해진 얼굴로 경복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부정할 도리 없이 나는, 우리는 아저씨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찾은 국립고궁박물관 전시실 입구에 써져 있는 글을 읽고는 술이 깨는 기분이었다.

 

"하늘이 사람을 낳을 때는 본래 귀천과 상하의 구분이 없는데 임금으로 만든 것은 대개 민생을 편안하게 보존하게 하려는 것이다."

 

1733년 조선왕조 스물 한번 째 임금 영조가 남긴 말씀이라 한다. 우리 시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다스리는 위정자들에게는 민생을 편안하게 보존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는가? 고궁박물관에서 좋은 구경 마친 후 광화문역에서 지하철 타려고 세종로 길을 걷는데 마침 대규모 집회와 시위가 있어서 경찰이 통행을 막는 통에 지하철을 탈 수 없었다. 얼씨구나 싶었던 아저씨들은 세종문화회관 뒤편 맥주집으로 총총 걸음을 옮겨 치맥으로 확 깨버린 술 기운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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