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문은 사라지고 옛 이름만 남은 서대문 근처 서울역사박물관에는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역사와 관련된 다양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의 외관은 밋밋한 철골 건물로 그닥 볼 품은 없으나 내부 전시물들은 꽤나 충실해서 볼 만한 구경거리가 많았다. 그 중 지난 세기 서울에 몰아쳤던 건설 붐을 상징하는 설치 전시물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큐레이터가 누구인지, 이 전시물을 현대미술관에 옮겨 놓아도 꽤 그럴 듯 하지 싶었다. 근래 어지러운 세태를 생각하자니 이 설치 전시물은 지난 과거 서울의 모습일 뿐 아니라 현재의 서울의 사정을 대변하는 멋진 전시물이 아닌가 했던 것이다. 

정치를 하겠다고 선거에 나선 사람이 서울의 유휴 부지를 개발하겠다는 의견을 신문 지면을 빌어 빌어 피력하는 기사를 읽었다. 투자를 해야 일자리가 생긴다 한다. 이 거, 여러어분들이 익히 들어 오던 이야기고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올바른 말씀이라 그렇겠거니 하였다. 다만 못 찍은 내 사진 한 장을 보며 사기와 기만의 차이가 무엇인가 잠시 헷갈렸다. 잘은 모르나 사기건 기만이건 당하는 자들은 똑 같이 늘 당한다는 공통점은 얼핏 있는 것 같은데 이 쓰잘데기 없는 고민으로 깊은 밤을 지새우기로 내 일상이 너무 번다하므로 이만 잡설은 접으려 한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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