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뜨거웠던 봄에 나는 대학교 다니고 있었다. 그해 봄에는 수업이 있던 날보다 없던 날이 더 많았을 정도로 학교는 사실상 휴교 상태였다. 그 와중에 나처럼 세상 돌아가는 일에 둔감한 눈치없는 교수 한분이 계셨는데 이분은 도무지 휴강이란 것을 몰랐다. 그 봄날 정원 60명이 앉아 있어야 할 강의실에는 딱 세 명의 학생만 앉아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나였다. 경제학 강의였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된다. 그날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에 대하여 대놓고 자랑할 일은 아니나 그렇다고 하여 부끄러울 일도 아니라고 그때도 또 지금도 생각한다. 사실상 휴교 상태였던 그봄이 다 가고 한 학기가 종료되었을 때 강의 출석 부족을 이유로 유급된 학생들은 하나도 없었는데 그해 성적처리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오리무중이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러 오늘 이 늦은 밤 서재에 앉아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접하자니 지금 나야말로 거리로 뛰쳐나가고 미친듯이 소리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와 함께 이봄에 거리로 뛰쳐나가 절규하는 사람이 두 명 더 있을지 모르겠다. 어제 저녁에는 평소보다는 조금 일찍 사무실 문을 나서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야구장에 달려 갔다. 야구장 관중석에 앉아 응원하는 팀을 위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는데 옆에서 나와 같이 고함을 질러대던 동년배 얼굴을 떠올려 보니 혹 '야들이 가들'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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